2007년 빅뱅과 원더걸스의 메가히트 이후 ‘아이돌 풍년’이 도래한지 벌써 4년. 일각에선 매년마다 ‘아이돌시장은 포화상태’라고 장담해왔으나, 꿈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신예 그룹들은 이들의 냉소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대표주자는 바로 비스트. YG, JYP 등 다른 소속사에서 아픔을 맛봤던 이들은 데뷔 2년만에 인기그룹 대열에 올라섰고, 내년에는 무려 14개국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하지만, 비스트는 늘 엉뚱하다. 올해를 빛낸 ‘핫피플’로 인터뷰를 하자고 하니 리더 윤두준은 ‘헉’이라는 소리부터 내뱉는다.
“아직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진짜요. 인터뷰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우린 정말 많이 아쉬웠어요. 앨범이 한 장만 더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공식적인 국내 활동을 5주밖에 못했거든요.”

아이돌 홍수시대에 후발주자로 나선 비스트가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하고 있는 건 이들의 처절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두준은 계속해 손사래를 치면서도 비스트 나름의 쇄신의 과정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우리 처음에 데뷔할 때, 되게 잘 될 줄 알았어요.(웃음) 엄청난 톱스타는 아니어도, 그래도 어느 정도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나마 다른 아이돌그룹들 덕분에 같이 관심 받으면서 활동했던 거 빼고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멤버들끼리 마음의 준비도 했었죠. 알바를 해야 하나.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 하고요. 정말 심각하게요.”
늘 장난끼 많은 모습만 보여주긴 했지만, 이들은 최대한 많은 부분을 바꾸면서 쇄신을 거듭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비스트의 팬을 보게 됐다.
“‘미스터리’ 활동할 때였는데요. 갑자기 어느 순간, 팬분들이 많이 와계신 거예요. 엇,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었죠. 우리끼리, 뭐라고 그래야 되나. 좀 처절했다고 할까요.”
그렇게 인기그룹이 된 비스트는 올 한해 정상급 그룹으로 쐐기를 박았다. 지난 2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고, 정규1집으로 멜론뮤직어워즈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체조경기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정말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저희가 보이즈투맨 콘서트나 지드래곤 선배님 솔로 콘서트를 가면서 '우리는 언제 여기서 콘서트할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말하면 저희가 초라해보일 수 있는데요.(웃음) 정말 우리가 거기서 콘서트를 하게 됐을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밖에서 보기에 괜히 우리 허파에 바람 들었다고 보지 않을까. 데뷔 2년만인데, 시기상 이르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그때 그 공연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러고보면 비스트는 모든 것이 '이른' 편이었다. 단독콘서트도, 대상 수상도, 월드투어도 모두 다른 그룹들에 비해서 빨리 빨리 이뤄졌다. 비스트는 자만하는 대신, 오히려 더 겸손하다.
"대상 받고 욕 많이 먹었죠.(웃음) 저희도 인정했던 게, 내년에는 좀 더 많은 활동을 해서 더 떳떳하게 대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 많이 했어요. 월드투어도 부담은 되죠. 한류로 치면 우리는 '아기'니까요. 다른 선배님들에 비해서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한데, 잘 해내겠습니다. 그리고 투어가 끝난 후 국내에서 발매할 앨범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각오가 남다르거든요. 솔직히 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설문조사 같은 걸 할 때, 어르신들도 이름을 댈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올해의 반을 해외에서 보냈다는 비스트는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멤버들간의 우애로 이겨내고 있단다.
"멤버들의 사이는 너무 좋아요. 데뷔 이후로 지금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지난 크리스마스 때에도 다 같이 숙소에서 영화 봤어요. '국가대표'를 봤는데, 남자들끼리 누워서 엉엉 울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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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