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놓고 말 바꾼 구단 대표…정당성에 의구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28 17: 01

선수단 대표들이 위임장을 두고 말을 바꾸며 정당성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대표 4명은 2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모처에 모여 신임 박충식 사무총장의 선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박명환(LG), 이혜천(두산), 현재윤(삼성), 김상현(KIA)이 참석해 뜻을 함께 했다.
선수협은 20일 분당 선수협의회 사무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여 공석인 사무총장직에 전 삼성-해태-KIA 출신의 박충식(42)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에 따라 신임 사무총장 박충식은 오는 1월 3일로 예정된 임시총회에서 정식 승인을 받기 전까지 사무총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이들 4개 구단 선수 대표는 박충식 신임 사무총장 선출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현재윤은 "사무총장은 정관에 나와 있듯 정식 총회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 그런데 (박재홍 회장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놓고 각 구단에서 대표 자격이 없는 이들이 와서 투표를 했기에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명환 역시 "현 집행부는 자기 임의대로 박충식을 추천하고 거기에 앉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선수단 대표들은 박충식 신임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대표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박명환은 "총회를 거쳐 선수 500명이 모두 보는 앞에서 사무총장을 선임해야 하지만 긴급 이사회를 열어 6명의 지지만으로 박충식을 세운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혜천은 "박재홍 회장이 1월 3일 이사회까지 박충식 사무총장 선임에 대한 위임장을 받아 오라고 했지만 이걸 반대로(선임에 반대하는 선수들의 주장으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4개 구단 대표들이 받았다는 '위임장'을 두고 말 바꾸기가 이어져 그 진정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처음 성명서를 발표하기 전 이들은 "70명에게 (박충식 사무총장 선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의) 위임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두산 선수단 10여명의 위임장을 넘겨받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이혜천은 두산 모 선수가 작성한 위임장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성명서 발표가 끝난 뒤 이들이 실제로 선수들에게 받은 위임장을 확인 해보니 모두 9장이었다. 이혜천은 "선수들이 흩어져 있기에 직접 다 찾아가 위임장을 받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30살이 넘은 고참 급 선수를 대상으로만 위임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처음 70명에게 위임장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 다 받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구두로 선수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윤은 성명서 발표 전 위임장 지참 여부를 묻자 "지방에 있기에 고참급 선수와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었다. 이는 '70명의 선수들에 구두로 동의를 얻었다'는 이들의 주장과 상충되는 말이다. 또한 KIA 대표로 참석한 김상현 역시 "뜻을 함께 한다"고 밝혔지만 처음에는 "아직 상황정리가 안 됐다. 확실하게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판단하겠다"고 말해 구단 대표들끼리도 아직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4개 구단 선수 대표들은 대표성과 절차를 문제로 삼으며 박충식 신임 선수협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렇지만 본인들 역시 위임장에 대해 시시각각 입장을 바꾸면서 대표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했다. 이미 박재홍 신임 선수협 회장은 "박충식 사무총장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뽑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선수들의 의견을 대표해 정당성을 갖춘 쪽의 말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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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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