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달라진 야구장에서 어떻게 적응할까.
2012년 프로야구의 최고 흥행메이커는 단연코 박찬호(한화)와 이승엽(삼성)이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17년을 보낸 뒤 일본에서 1년까지 총 18년을 해외에서 보냈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8년간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고 돌아왔다. 그들에게는 '새롭게 달라진 구장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 박찬호, 대전·청주구장 홈런 주의보

박찬호가 홈으로 쓰게 될 한화의 홈구장 대전구장은 규모가 가장 작다. 홈에서 펜스 거리가 좌우 98m, 중앙 114m로 작은 규모다. 여기에 제2의 홈구장으로 내년 4월까지 쓰게 될 청주구장도 좌우는 100m지만 중앙이 110m로 초미니 구장이다. 다른 구장보다 좌우중간 거리가 짧아 홈런이 많이 터져나온다. 투수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 국내 무대 적응이 중요한 박찬호로서는 청주구장을 홈으로 쓰게 되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다. 게다가 대전구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외야 파울지역에 익사이팅존으로 신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외야의 파울지역마저 사라진다면 투수들이 아웃카운트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 조금 더 생길 수 있다.
내년이면 우리나이 불혹이 되는 박찬호는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많이 떨어져있다. 올해 일본에서도 1군에서는 42이닝 동안 피홈런은 3개로 9이닝으로 환산하면 0.65개로 적은 편이었지만 2군에서는 39이닝 동안 피홈런 6개를 맞아 9이닝당 1.38개로 증가했다. 홈런 주의보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시즌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28개 피홈런을 허용했는데 그 중 67개가 대전구장, 7개가 청구구장에서 맞았다. 전체 피홈런 비율의 57.8%를 차지했다. 과거 메이저리그 시절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였던 박찬호가 유의해야 할 부분. 투수들의 무덤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 이승엽, 넓어진 대구구장에서 홈런은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홈런 타자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324개의 대포를 쏘아올렸다. 340홈런의 양준혁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이승엽이 넘긴 324개 홈런 중 193개가 바로 홈구장 대구구장에서 터졌다. 전체 홈런에서 59.6%를 차지한다. 홈에서 절반을 뛰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승엽이 뛰던 시절 대구구장은 지금과는 펜스 거리가 조금 달랐다. 이승엽이 활약할 때 대구구장은 펜스 거리가 좌우 95m, 중앙 117m로 타구장보다 짧은 편이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이 부임한 2005년 구장구조 변경을 통해 좌우 99m, 중앙 120m로 길어졌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난 후 삼성의 홈런 숫자가 줄어든 건 거포들이 사라진 것도 있지만, 구장이 커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구구장 뿐만이 아니다. 국내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도 2002년까지는 펜스거리가 좌우 95m로 좌우중간 홈런이 많은 나온 편. 하지만 2003년부터 잠실구장도 좌우 거리가 100m로 멀어지며 홈런치기 어려운 구장이 됐다. KIA가 홈으로 사용하는 광주구장도 2006년부터 기존의 좌우 97m, 중앙 114m에서 좌우 99m, 중앙 120m에 펜스 높이 3.1m로 높였다. 전광판 아래 6.9m 대형 그린 몬스터까지 설치돼 있다.
물론 이승엽이라면 환경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의 홈런 방향과 비거리를 지금 현재 가장 큰 잠실구장에 적용할 때 홈런이 되지 않는 건 10개. 이를 제외해도 40개를 훌쩍 넘는다. 2003년 이승엽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122.2m였는데 이는 올해 홈런왕 최형우의 비거리(120.2m)를 능가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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