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승’ 김선우, 기록 그 이상의 본보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29 07: 43

몸 상태가 온전치 못했음에도 그는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임무를 다하며 연패 스토퍼 노릇을 했다.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신임 감독 또한 “유망주들이 그의 변화상을 잘 보고 배우길 바란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두산 베어스 투수진 맏형 김선우(34)의 2011년은 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갖췄다.
올 시즌 김선우는 28경기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175⅔이닝)을 기록하며 국내 무대 4번째 시즌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팀 성적은 5위에 그치며 입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는 비운이 찾아왔으나 더스틴 니퍼트(30)와 함께 선발 원투펀치 에이스로 활약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단순한 경기 내용이 아니라 준비 과정과 투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김선우는 13승 6패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하며 켈빈 히메네스(라쿠텐)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으나 무릎 부상으로 상체 위주 투구를 하다가 팔꿈치 통증이 겹치며 후반기에는 로테이션을 거르는 일이 종종 있었다. 팔꿈치 통증을 안고 포스트시즌까지 나섰던 김선우는 결국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4차전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몸 관리 중요성’을 깨우친 김선우는 꼭 1년 전 자율 훈련 기간 동안 투구축이 되는 무릎 상태를 최대한 회복하는 데 힘썼다. 덕분에 김선우는 올 시즌 구속이 느려진 대신 좋은 볼 끝을 보여주며 호투를 이어갔다. 김선우는 특별히 무릎이 안 좋은 날에는 전재춘, 홍성대 트레이너에게 즉각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스스로도 관리에 신경을 썼다. “올 시즌에는 그래도 무릎 상태가 이전보다 나아져서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라는 것이 선수의 자평이다.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내세웠던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8월 10일 잠실 SK전서 김선우는 선발로 나서 8회까지 117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3개) 3실점으로 호투했으나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다 결국 뒤를 이은 정재훈의 승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까지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당시 두산 계투진은 정재훈의 어깨 부상 후유증과 노경은의 잇단 연투로 계투진의 힘이 사실상 바닥났던 순간이다.
당시 김선우는 “스스로도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계투진의 상황이 안 좋은 것도 뻔히 보여서 그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김선우는 8경기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막판 두산의 분전에 힘을 보탰다. 8경기 중 7경기가 퀄리티스타트였고 5경기는 7이닝을 소화한 경기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시즌 초반부터 조금씩 말썽을 일으킨 팔꿈치가 다시 안 좋아졌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더욱 값진 활약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김선우는 ‘좋은 선배’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시즌 전에는 이용찬에게 변형 체인지업을 전수해 또 다른 변화구 옵션 추가에 힘을 보탰다. 15승을 거두며 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니퍼트는 김선우에 대해 “낯선 한국 생활에도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특히 김선우는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라고 호평했다.
김진욱 감독은 김선우의 올 시즌을 돌아보며 “기교파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팀 내 유망주들이 ‘강속구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 김선우의 모습을 제대로 배우길 바란다”라며 칭찬했다. 한 시즌 16승을 올리며 완벽한 기교파 투수가 되었음에도 “다음 시즌 목표도 10승 이상이다. 더 중요한 것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매 경기 내 몫을 하며 계투진의 체력 소모를 막는 것이다”라는 목표를 밝힌 김선우는 나무랄 데 없는 본보기가 되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