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왜 배우 살리기 어려울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1.12.29 09: 10

영화의 덩치가 커질수록 배우 역시 그 만큼 빛을 보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올해 한국영화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대작이라 불리는 블록버스터물은 멜로나 스릴러 장르처럼 한 두 명 인물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타이틀롤을 맡은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그 한 명의 배우를 주연으로 보기 힘들다.
실제로 블록버스터물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캐릭터 보다 오히려 주위 인물들이 더욱 사랑을 받고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블록버스터의 주조연으로 뜬 대표 배우가 김인권이다. 영화 '해운대'에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소시민적 연기에 이어 '마이웨이'에서도 극중 안똔 역을 맡은 김인권에 감정이입이 가장 크다는 말이 있을 정도.

반면 정작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는 그 매력도 면에서 묻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다수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블록버스터물일수록 주조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의 유명세나 연기력이 담보되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결과물에서 주인공으로서 오로지 집중되는 모양새는 아닌 경우가 많다.
더욱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이끄는 캐릭터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블록버스터물에서 그것이 잘 안되는 이유는, 진짜 주연이 그 소재에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즉 영화에서 신경쓰는 주인공이 따로 있어 캐릭터의 변화에는 정작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해운대'에서는 물, 내년 개봉을 앞둔 '타워'에서는 불이 주인공이 된다. '마이웨이'는 '전쟁'이란 소재 자체가 주연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 영화들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공들여 작업하는 부분이 이 소재 자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런 소재에만 집착하고 몰두할 경우 드라마를 잃기 쉽다. 화제를 모았지만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던 '7광구' 역시 주인공은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가 아닌 정체불명의 괴물이었고, 그 괴물의 구현에 묻혀 캐릭터들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내년에는 '타워', '도둑들', '비상' 등 다양한 소재의 대작들이 선보이게 된다. 소재와 드라마 모두 새롭고 탄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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