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오빠바보? 향기처럼은 못해요" [인터뷰]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1.12.29 10: 21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천일의 약속' 정유미(27)는 극 중 김래원만 바라보는 '오빠 바보' 노향기로 분해 열연, 남성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정유미는 이미 데뷔 7년차 베테랑 배우. 이번 '천일의 약속'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특히 한 남자에게 버림 받은 여자의 슬픔을 잘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 만난 정유미는 극 중 향기와 마찬가지로 발랄하고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요즘 인터뷰하고, 잡지 화보 촬영 다니고 있다. 새로운 작품도 이것저것 보고 있다. 또 영화 '원더풀 라디오' 무대인사도 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늦잠도 자고, 성당도 갔다. '천일의 약속' 종영하고 처음으로 푹 쉰 것 같다."

정유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처음으로 연기자를 꿈꿨다.
 
"연기에 대한 관심은 사실 없었다.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연기를 해보라고 권유해서 연기학원을 다녔다. 그것이 계기가 돼서 연기자로 데뷔했다."
'천일의 약속'을 집필한 김수현 작가의 대본은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소화하기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정유미 또한 대본에 부담을 느꼈다.
"아무래도 대본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능수능란하게 연기를 잘 하지도 못해서 부담감도 있었다, 완벽하게 암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대본을 봤다. '동이' 촬영할 때는 대사가 잘 안 외워지더라. 그래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이번작품에는 특히 더 신경 썼다. 그래도 내 대본은 일상적인 말과 표현이 많이 담겨서 괜찮았다."
극 중 정유미는 김래원의 이별통보를 듣고 오열하며 구토까지 하는 열연을 펼쳤다. 이 장면이 정유미에게는 힘들고도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다.
"김래원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토하고 집안이 뒤집어 지고 난리 나는 장면이 있었다. 대본을 받고 부담감이 컸었다. 극 초반에는 그래도 밝게 사랑하는 장면을 표현하면 되는데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못해버리면 앞에 시청률마저 깎아먹을 것 같았다.(웃음) '제대로 해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니깐 머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더라."(웃음)
 
정유미는 극 중 캐릭터인 향기에 대한 애착도 많다. 향기에 못 미치는 연기를 보여줄 까봐 부담이 됐다고 한다.
"시청자들이 나를 향기로 기억해 준다. 길거리에서도 향기로 많이 불러주신다. 향기로운 사람이 돼야겠다.(웃음) 향기는 나에게 정말 큰 의미다. 연기하는데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향기를 쉽게 못 잊겠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나에게 향기라는 역할은 절대 빼놓고 얘기할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향기는 정말 좋은 캐릭터였지만, 시청자에게 향기에 못 미치는 역할을 보여준다면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과 부담감도 좀 있다."
정유미의 '오빠 바보'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는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유미 본인 또한 향기의 캐릭터가 처음에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분명히 향기 캐릭터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연기하는데 있어서 쉽지는 않았다. 감정적으로 내가 받아드릴 때 타당하게 와 닿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품을 찍어나가다 보니 감정적으로 충돌했던 부분은 사라졌다. 이해 안 되는 장면이 나오더라도 감독님과 얘기하고 배우와 함께 연기하다보면 그 감정이 나오더라. 신기했다."
정유미는 만약 자신의 향기의 입장에 처하면 절대 향기처럼 행동할 수 없다고 한다.
"향기처럼은 못할 것 같다. 모든 걸 끌어안고 감싸 안을 수 있는 아량은 없는 것 같다. 진짜로 하늘이 무너질 것이다. 나 같으면 지형(김래원)에게 꼬치꼬치 따지고 물었을 것이다. 그런 고통을 속으로 삭히는 향기는 대단한 아이라고 느꼈다."
'천일의 약속' 촬영 당시 정유미 주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유미도 이런 관심이 뿌듯하고 좋았다.
"가족, 친척, 친구 모두 다 좋아해 줬다. 드라마에서는 실연당해서 토하고 울고불고 난리 났는데 주변에서는 다들 축제분위기였다. 나에 대한 기사가 나면 바로 바로 캡처해서 나에게 보내주고 그랬다. 지금껏 몇몇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 적이 없었다. 나도 뿌듯하고 좋았다."(웃음)
정유미는 '천일의 약속'에서 김래원을 제외하고는 젊은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극 중 아버지로 등장한 박영규와 가장 친해졌다.
"4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아빠 박영규 선배님이랑 많이 친해졌다. 따로 연락도 하고 얼마 전에도 뵈었다. 김래원을 제외하고는 다른 젊은 연기자들이랑은 촬영한 횟수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쫑파티 때 젊은 연기자들끼리 한 자리에 앉아 술도 마셨는데 재밌더라."(웃음)
최근 불거진 나이 의혹에도 차근차근 설명했다. 실제 나이가 밝혀 진 후 오히려 속 편하다고 한다.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86년 생으로 게재돼 있었다. 몇 년 전에 기획사를 여러 번 옮긴 적이 있었다. 당시 소속사에서 나이를 낮추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프로필을 수정할 타이밍을 놓쳤다. 86년 생으로 활동했을 당시 인터뷰 할 때 친한 동료 연기자에 대한 호칭이 달라져서 힘들었었다. 어쨌든 나와 관계된 일이었고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어쨌든 속이게 된 것은 죄송하다, 한편으로는 (실제 나이가 밝혀져) 편해졌다."
정유미는 내년 1월 영화 '원더풀 라디오'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함께 출연한 이정진, 이민정, 이광수와 친분이 두텁다.
"'원더풀 라디오' 식구들이 나와 성격이 잘 맞는다. 이광수랑은 '동이'에서도 함께 연기했었고, 이민정도 성격이 털털해서 좋다. 이정진은 같은 학교 출신이라 더 친해졌다. 또 부산에서 올로케로 촬영한 드라마 '친구'의 출연진과는 숙소도 같이 사용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작품하면서 연예인 친구가 생긴 것 같다. 아직도 모두 연락하고 지낸다."
다양한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고 싶은 연기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 요즘에는 배우들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길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장르가 다양해지고 캐릭터가 많아서 연기자 입장에선 좋다. 나를 좀 더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작품이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새롭게 출발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지금껏 맡은 역할은 늘 주는 타입이었다. 사랑을 못 받아서 안달하는 그런 역할.(웃음) 다음에는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일방적인 짝사랑은 지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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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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