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커진' 한화, 고과 1위는 고작 5천만원 인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2.30 10: 20

과연 통큰 구단이 맞을까.
한화의 연봉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화는 올 겨울 선수단 전력보강에만 50억원을 투자했다. 김태균에게 역대 최고 연봉 15억원을 안겼고, 송신영에게 3년간 총액 13억원을 썼다. 박찬호에게도 최저연봉-야구발전기금을 합쳐 6억2400만원을 투자했다. 과거 한화에게는 볼 수 없었던 통큰 행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정작 내부 선수들에게는 일관성없는 기준으로 기를 꺾어놓고 있다. 구단에서는 "철저하게 고과를 바탕으로 연봉 책정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일괄적인 연봉 인상률로 오히려 미묘한 위화감만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는 지난주 최진행·양훈과 각각 1억5000만원·1억3000만원에 내년 시즌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두 선수 모두 5000만원씩 연봉이 올랐다. 두 선수의 계약만 놓고 보면 아주 무난한 협상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나머지 인상 요인이 큰 선수들에게도 똑같은 5000만원의 인상폭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투수 고과 1위 박정진, 타자 고과 1위 강동우, 골든글러브 유격수 이대수도 마찬가지로 5000만원 인상을 제시받았다. 연봉 인상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 선수들은 일률적인 인상폭에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들이 고액 연봉자인 것도 아니다. 고과의 기준이 아주 모호한 것이다.
프로야구 연봉은 연차와 고과에 의해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1년간 쌓인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상과 삭감 폭을 정한다. 투수와 타자 모두 세분화되는 기록 항목만 100개가 넘는다. 비계량적 부문이 있다지만, 똑같은 인상폭으로 제한하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한화는 일률적인 인상폭으로 못박았다.
박정진·강동우·이대수는 모두 10년 이상 연차가 되는 선수들로 올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중심으로 활약했다. 박정진은 64경기에서 86이닝을 던졌다. 3이닝 이상 경기만 5차례나 되고, 5경기 연속 등판도 있었다. 강동우는 팀내 최고참에도 133전경기에 출장하며 선봉장 노릇을 했다. 이대수는 사상 16번째 3할 유격수로 공수에서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 대가가 5000만원 인상. 뼈 빠지게 고생했지만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일으킨다. 연차와 고과를 고려할 때 같은 인상폭은 있을 수 없다.
납득할 만한 기준과 함께 협상 태도도 중요하다. 협상이 아닌 통보에 가까운 협상 자세는 외부 선수들 마음을 사로 잡았던 한화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저연봉 선수들은 "후려치기나 다름없다"며 볼멘 소리하면서도 울며겨자 먹기 심정으로 도장을 찍었다. 구단의 협상 자세가 강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난 것이다.
한화 구단에서는 "연봉은 합리적으로 책정한다. 각자의 상승률이 다 다르지만 고과를 산정한 결과 5000만원 언저리에서 인상이 책정됐다"며 "협상을 억압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고 항변했다.
내년 시즌 한화가 기대되는 건 외부 선수들의 영입도 크지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역대 최다 11차례 끝내기 승리로 끈끈함을 보여준 기존 선수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위화감이 조성되면 전력 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벌써부터 연봉 문제로 내부에서 잡음이 생기고,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박탈하면 '통큰' 한화도 결국 허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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