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2012년 마지막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골든글러브 후보로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앞에는 '주장'이라는 직함까지 붙었다. 더 큰 책임감 속 2012시즌을 준비 중인 한상훈(31. 한화 이글스)이 개인만이 아닌 전체의 분발을 다짐했다.
올해 한상훈은 131경기 2할6푼9리 3홈런 39타점 16도루 4실책(수비율 9할9푼)으로 맹활약했다. 비록 '3할 2루수'로 활약한 안치홍(KIA)의 수상을 지켜보는 입장이었으나 그는 올 시즌 8개 구단 주전 2루수 중 가장 안정된 수비력을 펼치며 이대수와 함께 실력파 키스톤콤비로서 제대로 날아올랐다. 특히 동선이 반대로 향하고 내야에서 거의 모든 백업 플레이 및 더블플레이에 관여하는 2루수로서 9할9푼 수비율을 보여줬다는 점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전공인 수비에서 맹위를 떨친 한상훈은 공익근무 이전까지 수비형 내야수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공격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타자임을 보여줬다. 4월 한 달간 2할2푼4리로 공헌도가 큰 편이 아니던 한상훈은 6월 3할9리, 9월 3할2푼8리로 정확성을 뽐내며 2할6푼9리까지 타율을 끌어올렸다. 한상훈의 올 시즌 타율은 그의 프로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이다.
"공익근무로 생긴 2년 공백을 무색하게 하기 위해서 제 스스로도 더욱 노력했습니다. 제 성적이 이전보다 잘 나온 것도 뿌듯하지만 팀에 공헌했다는 점이 스스로도 대견하더군요.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골든글러브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한상훈의 타격폼은 교과서적인 것과 거리가 있다.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몸을 꼬았다가 때려내는 인상을 주는 타격폼인 만큼 주변에서도 이를 수정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강석천 타격코치는 타격폼 수정보다 선수가 마음 편히 공을 때려낼 수 있도록 배려했고 부담을 벗은 순간 한상훈의 타율은 상승했다.
"시즌 초에는 적응기를 겪어서 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제 타격폼이 독특해서 주위에서 '폼을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냐'라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강 코치께서 폼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네게 편한 자세라면 그대로 밀고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안타 수가 많아지더라고요".
최근 한상훈은 팀의 주장으로 선임되었다. 때마침 한화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고 명예 회복을 노리는 김태균도 일본에서 복귀시켰다. 다음 시즌 뚜껑이 열려야 제대로 된 전력을 알 수 있으나 일단 한화는 비시즌 동안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이다. 전력 강화와 순위 상승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상훈의 책임감이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
"맏형이 주장을 맡는 경우도 바람직하겠지만 어린 후배들이 연차가 많이 나는 선배들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어요. 선배들이야 워낙 다들 알아서 잘하시는 분들이지만 후배들은 결국 선배들이 이끌어주고 화합해야 하니까요. 제가 선후배의 가교 노릇을 하면서 팀워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올 시즌 당겨서 안타를 만드는 요령을 어느 정도 터득했기 때문인지 한상훈은 조심스레 '3할 타율'을 내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팀 성적에 대해서는 한상훈의 목소리에 힘이 가득 실렸다. 일단 한화 선수단이 책임감 있는 주장을 선임한 것은 분명했다.
"솔직히 우리도 2012년 마지막 경기를 승리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결국 선수 한 명의 분전이 아닌 전체의 협동이 중요해요. 제 스스로도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선후배 동료들을 함께 다독이고 북돋워주며 시즌을 치른다면 포스트시즌 진출, 더 나아가 우승이라는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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