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야구결산] 프로야구 관중 600만, 의미와 과제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2.30 13: 25

올 시즌 프로야구는 출범 30주년과 함께 600만 관중 돌파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프로야구가 태어난 첫해인 1982년 관중수는 143만8768명이었다. 이후 조금씩 증가하던 관중수는 1995년 약 540만명을 찍은 뒤 잠시 주춤하다 2008년 다시 500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올 시즌 프로야구는 총 532경기에서 680만9965명의 관중을 끌어들이며 드디어 600만 관중이라는 '꿈의 과제'를 이뤄냈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목표 관중수는 663만명이었다. 그러나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더웠던 여름을 뚫고 야구장을 찾아온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680만명이라는 관중을 기록할 수 있었다. 올 시즌 관중수 600만명 돌파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 프로야구 600만명 돌파의 원동력은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수가 600만명을 넘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여성이었다. KBO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 시즌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은 관중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적으로 39.2%에 달했다. 여성 팬의 증가로 인해 야구가 단지 남자들만 즐기는 운동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선호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관중들을 야구장에 불러모은 매력은 화끈한 승부다. 올 시즌은 유난히 재미있는 경기가 많았다. 초보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튼튼한 마운드를 토대로 '약속의 8회'를 만들어내며 리그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국내팀 최초 아시아시리즈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한화는 공동 6위에 머물렀지만 무려 11번의 끝내기승으로 1988년 OB 베어스와 함께 한 시즌 역대 최다 끝내기승 기록을 세웠다. 최하위 넥센은 6위 LG를 상대로 12승7패의 우위를 보이며 절대약자는 없다는 사실을 깨웠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경기들은 팬들의 눈을 야구에서 뗄 수 없게 만들었다.
▲ 2012 시즌, 700만명 돌파를 위한 과제
프로야구는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다음은 700만명이다. 그러나 사실 올해 기록한 680만 명이라는 관중이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깝다. 올해 프로야구 좌석 점유율은 약 65%였다. 700만 관중 돌파를 위해서는 약 66.67%의 점유율을 기록해야 가능하다. 약 2%의 좌석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열악한 운동장 시설이다. 지난 4월 16일 대구 삼성-두산전에서 경기 도중 조명이 고장나 서스펜디드 선언되는 등 낙후된 운동장 시설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관중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낡고 열악한 광주구장과 대구구장은 신축을 준비중이지만 대구구장은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구장은 관중석 증축을 위한 공사에 들어갔으나 시즌 초에 맞춰 완공하는 것이 어려워보인다.
다음으로 성숙한 팬 문화와 그에 발맞춘 구단과 언론의 대응이 필요하다. 야구장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를 즐기는 곳'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야구팬들의 응원문화는 대중화됐지만, 일부 팬들의 오물 투척, 그라운드 난입 등 도를 넘어선 행위는 야구장을 찾는 다른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인의식을 갖춘 성숙한 팬 문화가 필요하다.
이어 최근 SNS의 발달로 팬들의 소통 수단이 다양화되면서 구단과 언론들의 역할이 많아졌다. 올 시즌 SK는 감독 교체 과정에 있어 팬들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여 일부 팬들의 집단 행동이라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언론들은 전문화된 팬들의 고급스러운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는 팬들에게 무조건 전달하는 일방향식이 아니라 팬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쌍방향식 소통이 요구된다.
내년에는 이승엽, 박찬호, 김태균 등 세 명의 스타 선수들이 국내에서 뛰게 된다. 각자 홈 팀에서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가진 선수들인 만큼 내년에는 야구 인기가 한층 더 올라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다. 야구가 과연 여러 변수와 과제들을 뚫고 꿈의 700만 관중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인가. 팬-구단-선수-언론-KBO이 각자 맡은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느냐 여부에 그 결과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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