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야구결산]이대호, 일본행과 그에 따른 국내 여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12.30 06: 56

'빅보이' 이대호(29, 오릭스)의 일본행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몇년 전부터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이 이대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고 올해 좀더 구체화 됐다.
이대호는 이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06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부문에서 1위, 7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역시 타율, 최다안타 부문 정상에 올라 여전한 기량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타자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이대호였다.
오릭스가 이대호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찬호(38, 한화)와 이승엽(35, 삼성)이라는 한국인 투타 영웅을 보유, 이대호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구대성(2001~2004년)이 뛰었던 팀이면서 이승엽이 한국 선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놓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이례적으로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이대호의 입단식에 직접 참석했다. 2년간 7억6000만엔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은 외국인이지만 우승에 반드시 필요한 '우타자 거포'를 원했던 오카다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진출 한국선수 역대 최대 몸값에 대한 예우를 갖춘 만큼 이대호에 대한 기대감 정도를 알 수 있다. 오릭스 그룹 총수마저 이대호를 직접 불러 격려할 정도였다.
이런 이대호를 잡기 위한 원소속팀 롯데의 노력도 대단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치지 않기 위해 4년간 무려 100억원을 베팅하는 강수를 뒀다. 보장액만 80억원에 해당하는 역대 FA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미 기울어져 있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0억원이 바꿔 놓은 국내 판도
롯데의 100억원 베팅은 고스란히 국내 FA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2일 SK로부터 FA 이승호를 4년간 총 24억원에 영입했다. 이어 지난 13일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행을 접고 국내로 유턴한 정대현을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인 4년간 총 36억원에 잡았다. 60억원을 단 번에 불펜 강화에 쏟은 셈이다.
이렇게 되자 롯데는 4번 타자 이대호를 잃었지만 순식간에 우승팀 후보가 됐다. 마운드 특히 중간 불펜진이 확실하게 강해지면서 당장 내년 또 한 번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 된 것이다. 더불어 홈런왕 경쟁과 더불어 타격 부문 타이틀에도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당장 이대호가 빠져 나간 자리를 누가 꿰차고 들어설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롯데 입장에서도 이대호를 대신할 수 있는 타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자 김동주를 제외하고 FA 시장이 막을 내리면서 동시에 대형 트레이드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저마다 FA 시장에서 메우지 못한 각 구단의 아쉬운 부분을 트레이드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형 트레이드가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계속되는 일본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이대호의 오릭스행은 내년에도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 범위를 여전히 일본까지 두게 할 전망이다. 지난 1996년 선동렬의 주니치 진출 이후 한국프로야구에서 일본으로 진출한 야구 역사는 단 한 번도 끊어지질 않았다.
올해까지도 박찬호, 이승엽, 임창용(35, 야쿠르트)이 계속 이어왔다. 내년 임창용이 3년 계약 중 2년째를 맞이한다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할 경우에는 일본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대호가 2년 계약을 한 만큼 최소 2013년까지는 국내팬들의 관심폭은 일본에까지 미칠 전망이다.
이대호가 맹타를 휘두른다면 국내 야구 인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승엽이 한창 주가를 높일 때 국내 야구 인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기대와 우려 교차
이대호는 스스로 10kg 감량을 선언했다. 발목 통증의 재발을 막고 코칭스태프의 포지션 주문에 확실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식이요법과 체력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게다가 전력질주가 기본인 일본야구에 첫 해부터 적응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일본은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이종범, 이승엽, 김태균 등 국내 최고 소리를 듣던 타자들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비교 대상이던 친구 김태균은 한화와 연봉 15억원이라는 초특급 계약을 맺었지만 일본에서는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일본 진출 첫 해 좋은 기록을 보인 선수가 전무하다.
일본 선수들은 이대호에 대한 경계심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올시즌 퍼시픽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마키타 가즈히사(27, 세이부)는 "이대호의 몸쪽을 공략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힐 정도였다. 팀내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T-오카다는 "4번 타자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선언했다.
"2년안에 일본 최고 타자"를 목표로 내건 이대호다. 과연 "역시 이대호"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2012시즌이 벌써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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