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나가수' 단체 대상, 시상식 재미 다 어디 갔어?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1.12.30 09: 04

이제 SBS '연예대상' 만이 남았다. 한해 예능 성적표를 뜯어보는 방송 3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이 차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밤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일밤-나는 가수다'가 대상의 영광을 안았고 그보다 앞서 24일에는 KBS '연예대상'에서 '해피선데이-1박2일'이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제 오늘(30일) 밤 마지막 남은 SBS '연예대상'의 주인공만이 베일에 쌓여있는 상황.
올해는 3사 중 벌써 두 군데서 개인이 아닌 작품(프로그램)이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김을 새게 만들었다. 물론 '1박2일'이나 '나가수'가 각 방송사의 자존심을 높이고 흥행에 기여한 점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십 수년째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고 눈물의 수상 소감을 밝히는 유일한 '1인자'의 모습을 보는 것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시상식이 되버린 것도 사실.
실제 '1박2일'이 단체로 대상을 타고 나자 '기준도 없고 권위를 잃어버린' 시상식이라는 혹평들이 쏟아졌다. KBS는 시상식에 앞서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 김병만 이승기 등 총 5인의 대상 후보자 명단을 공식 발표까지 했거만 예상을 뒤엎고 팀 전체에 대상을 안기는 반전(?) 드라마를 써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MBC는 24일 KBS '연예대상' 개최 후 일부 매체가 올해부터 연예대상은 물론 연기대상에서도 개인이 아닌 작품에게 대상을 수여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자 이를 순순히 인정하고 공식화했다. 그리고는 실제 '나가수' 팀에게 대상의 영광을 돌렸다.

물론 고생한 모든 이들이 '우리가 주인공'이라며 자축하고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 훈훈한 풍경도 보기 좋은 광경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1등이 존재해야 경쟁은 치열해지고 1인자가 인정받아야만 대중의 관심도 증폭된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2~ 3명의 쟁쟁한 라이벌들 중 과연 누가 올해 대상의 주인공이 될지 함께 숨죽이며 지켜보는 시상식만의 묘미가 사라져버린 점 또한 서운하다. 비단 보는 이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는 결국 시상식의 주인공인 예능인들의 입장에서도 더 큰 동기를 부여받고 허리띠를 졸라 매는 계기를 만나게 하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한때의 유행어가 씁쓸한 적도 있었지만 반대로 '1등을 기억해서 재미있는 세상'인 것도 사실이다. 1인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무관에게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예능 전쟁터도 더욱 활기차게 굴러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오늘 오후 8시 50분 생방송되는 SBS '연예대상'에는 '정글의 법칙', '일요일이 좋다-키스앤크라이'로 맹활약한 김병만을 비롯해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유재석, '힐링캠프'·'붕어빵' 이경규, '강심장' 이승기 등이 대상 후보로 나선다. 마지막 남은 예능 잔치, 이 곳에서는 긴장감 충만한 1인자의 탄생 순간을 지켜보는 재미가 허락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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