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올해보다 나은 시즌으로 보내고 싶다."
SK 포수 정상호(29)가 내년 시즌 좀더 나은 성적을 다짐했다.
인천 문학구장에서 보강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정상호는 29일 잦은 부상에 대해 "안아프고 야구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온전히 내 몫"이라고 웃었다. 이어 "내년은 욕심 같아선 올해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내고 싶다"면서도 "내년은 조인성 선배도 있고 하니 올해보다 더 많이 준비하겠다"고 경쟁에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나타냈다.

정상호는 올해 데뷔 후 가장 많은 112경기에 나섰다. 박경완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이제는 '제 1 포수'로 우뚝 섰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장, 전 이닝을 소화하기까지 했다. 이만수 SK 감독이 준우승 후 "정상호에게 가장 미안하고 가장 잘해줬다. 그런 선수가 없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시즌 내내 부상을 달고 산 정상호다. 시즌 전 골반 수술에 의한 재활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허리 부상 때문에 공격에서 다소 미흡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부분이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인 만큼 "내년에는 홈런과 타율에서도 조금 욕심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정상호에게는 확실한 주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몇차례 주어졌다. 그러나 항상 다음이 문제였다. 부상 때문에 추진력을 얻지 못한 채 한걸음 뒤쳐졌다. 이는 곧 SK가 FA 시장에서 LG 프랜차이즈 포수 조인성을 영입,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보강할 수 밖에 없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정상호는 "구단 입장에서는 부상 때문에 나를 믿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결정난 상황이고 이틀 정도 기분이 좀 그랬지만 이제는 괜찮다. 각자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으면 좋다"고 여유를 보였다.
이제 프로는 경쟁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12년차 포수다. 정상호는 "박경완 선배님은 게임을 이끌어가고 스스로 책임을 짊어지는 스타일이고, 나는 당일 투수와의 대화를 통해 컨디션에 맞추는 편이다. 조인성 선배는 밖에서 볼 때 느낀 점이 있지만 좀더 보고 싶다. 아직 스타일을 이야기하기는 섣부르다"고 조심스럽게 자신과 비교하기도 했다.
정상호는 포수 입장에서 되도록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책임져주길 바랐다. 그러면서 "최소 5이닝 이상은 책임을 져줘야 선발 투수라 생각한다. 그래야 야수들의 수비 부담이 줄어든다. 투수 교체를 하면 3~5분 정도는 흐르니까 야수는 힘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추구하는 선발 야구가 쉽지 않은 만큼 안방마님으로서 기대와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박경완은 "올해 정상호가 팀을 잘 꾸려왔다"고 칭찬한 뒤 "이제는 상호에게 베풀 시기가 온 것 같다. 많은 부분을 조언하겠다"고 말해 정상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암시했다. 정상호는 내년 시즌 마운드에 대한 주위 우려에 대해 "항상 SK는 그렇게 힘들었다. 내년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SK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해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