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지나간 옛 것에 대한 향수가 더 심해지는 것일까.
아스날의 전설 티에리 앙리(34)의 친청팀 복귀가 사실상 확정됐다. 공격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아르센 웽거(62) 감독의 이번 결정에는 많은 아쉬움이 따른다. 비단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박주영이 벤치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록 2개월의 단기 임대이지만 지금의 난관 아닌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 굳이 앙리의 복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을까.

앙리의 복귀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현재 아스날에 전방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득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되는 마루앙 샤막과 제르비뉴의 동반이탈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아스날에는 샤막과 제르비뉴를 빼고도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자원은 적지 않다. 안드레이 아르샤빈과 시어 윌콧, 애런 램지, 토마시 로시츠키, 그리고 박주영이 있다.
문제는 이들이 너무 부진하다는 것이다. 로빈 반 페르시가 리그에서 16골을 넣는 동안 아르샤빈은 15경기에 1골, 윌콧은 17경기에 2골, 램지는 17경기에 1골, 로시츠키는 9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실망스런 성적이다. 하지만 지금 아스날이 해야 할 일은 외부 영입이 아니라 어떻게든 빠른 시간 내 이들의 컨디션과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앙리의 귀환이 아스날 팬들의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옛 활약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3월에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이후에도 많은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앙리를 불러들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웽거 감독의 믿음만큼 앙리가 잘 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의 나이와 기량 등을 고려하면 50대50의 확률이고 여러 모로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지금껏 어리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면서 아스날을 이만큼 만들었고 스스로의 명성을 쌓은 웽거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더 아쉽게 다가온다.
어느 순간부터 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웽거의 선택은 과거형 선수를 불러들이는 게 됐다. 지난 시즌에는 42살의 옌스 레만을 불러들였고, 그 전 해에는 36살의 솔 캠벨이 부름을 받았다. 당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활약을 보여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내년 시즌에 또 한 번 지금과 같은 위기가 닥친다면 은퇴한 데니스 베르캄프가 귀환할지도 모르는 게 아스날의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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