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보크, 올 시즌 야구계를 뒤흔든 '핫 키워드'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2.31 11: 59

올 시즌 야구계를 쥐락펴락했던 핫 키워드 중 하나는 보크다.
투수의 반칙 투구 행위를 뜻하는 보크는 애매하고 복잡한 규칙이지만 올 시즌 유독 많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며 야구팬이라면 한 번씩 들어봤음직한 룰이 됐다. 실제로 2009년 23개, 2010년 28개였던 보크가 올해는 33번이나 선언됐다.
보크가 가장 크게 문제가 됐던 때는 지난 6월 8일 잠실 LG-한화전에서 9회 임찬규(19, LG)가 보크를 범하는 사이 홈스틸을 하던 정원석이 홈에서 아웃되며 LG가 6-5로 승리한 경기다. 당시 심판들은 아무도 보크를 잡아내지 못했고 경기 후 오심을 인정한 심판들은 9경기 출장 정지라는 초유의 징계를 받았다. 시즌 종료 후 LG와 한화가 59승2무72패로 공동 6위가 되면서, 순위를 뒤바꿀 수 있었던 이 경기에 한화팬들이 많은 원망(?)을 보내기도 했다.

올 시즌 이처럼 결정적인 보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우리가 원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보크에 관용적이었다. 그런데 (박)찬호가 일본에서 보크 지적을 많이 받는 일도 있고 하면서 올해는 우리도 보크를 좀 엄격하게 보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시즌 들어가기 전에 보크를 많이 잡겠다고 구단에 통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크는 전문가들도 '맞다' '그르다'를 확실히 주장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KBO가 올 초 발행한 한국프로야구 2011년 버전 야구 규칙집 112페이지 '8.05'를 보면 'a부터 m'까지 크게 13개 항목에 대해서 보크 규정을 해 놓았다. 프로야구 규칙집 안에서 4페이지에 걸쳐 하나의 규칙을 설명해놓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조 위원장은 "보크는 투수가 주자나 타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쉽다. 투수가 타자는 못 치고 주자는 못 뛰게끔 정상적인 행위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보크"라고 규정했다. 조 위원장은 "심판은 룰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한다. 그런데 구단이나 선수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유리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6월 임찬규의 보크 사건의 경우 "그때는 심판들이 잘못한 것이 맞다. 그래서 징계를 받았다. 그때 순간적인 상황에서 공이 던져지고 3루주자가 뛰니 그쪽으로 쏠렸다. 한 명이라도 집중력을 갖고 봤으면 잡을 수 있었는데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주장됐던 '보크 비디오 판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 위원장은 "요즘 애매한 게 생기면 다 비디오 판독을 해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야구가 진행이 안된다. 보크는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심판만이 판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심판이 어렵다. 심판들은 투수 개개인의 특성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 전 투수들의 특성을 공부한다"고 심판들의 노력을 설명했다.
내년 시즌에도 보크는 엄격히 적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슈는 박찬호(38, 한화)다. 박찬호는 올 시즌 일본에서 뛰면서 1군에서 1번, 2군에서 3번 보크를 지적받았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원래 세트 포지션 때 1초 정도 멈췄다가 던져야 하는데 찬호는 그게 빠르다. 퀵피칭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선수들 개개인의 습관은 안 잡아서 그렇지 찬호도 미국에서 초반에 보크를 많이 지적받았다. 우리도 내년 2월 전지훈련을 가면 찬호에게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부터 안되는지를 알려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보크는 어필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심판이 판정해야 적용된다는 특이성이 있기 때문에 심판과 선수들 모두를 괴롭히는 애매한 규정이다. 그러나 타자들의 공격권을 보장해 적극적인 야구를 펼치기 위해서는 필요한 규정이다. 내년 시즌에도 '애매한' 보크를 둘러싼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듯 하다.
autumnbb@osen.co.kr
상- 6월 8일 잠실 LG-한화전서 임찬규의 보크 오심에 대해 심판에게 항의하는 한대화 한화 감독.
하- 보크 오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린 6월 9일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보크 장면을 다시 보고 있는 관계자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