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인들’의 삶과 때 묻지 않은 사랑을 음악으로 풀어낸 연극 '꽃상여'가 2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공연을 주관한 한국공연예술센터 관계자는 "국내의 고전 희곡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음악적 요소를 첨가해 21세기의 음악극으로 새로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꽃상여'는 국내 연극계가 세계의 고전을 각색하는 데 너무 편향돼 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 극단 서울공장이 우리네 고전 희곡 작품을 지금의 무대로 옮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연극은 해방 직후의 충청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홀로 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는 숙희와 영희라는 두 딸을 데리고 전쟁터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지만, 되돌아온 것은 남편의 유서뿐이다. 게다가 남편이 원주민 여자를 사이에 두고, 일본군 장교와 다투다 사형됐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를 금치 못한다. ‘여성의 재가는 금지’라는 시대적 구습에 반감을 품고 있던 며느리는 딸을 버리고, 남편의 유서를 전하러 찾아온 고민수와 함께 떠나게 된다. 시어머니는 분노하며 손녀 숙희와 영희를 데리고 살아간다.
무대는 14년여 세월이 훌쩍 지나 1960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다시 그려진다. 어머니가 재가해 떠나간 뒤, 영희도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할머니와 동생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계속해서 할머니에게 시집을 강요당하던 숙희는 끝내 쥐약을 먹고 죽음에 이르고, 숙희를 사랑하던 만득도 숙희와 영혼 결혼식을 치른 후 숙희의 시신 옆에서 목숨을 끊는다.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은 꽃상여에 그녀의 원혼을 실어 보내게 된다.
꽃가마를 타고 와 새 삶을 맞이하고 꽃상여를 타고 가 이 삶을 마감해야만 했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음악극 '꽃상여'는 내년 1월 8일까지 공연된다. 티켓은 VIP석 7만 원,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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