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어깨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훤칠한 키는 흡사 운동선수 같다. "외모와 분위기가 정말 선수같다"라고 말하니 "그런 얘기 정말 많이 듣는다. 야구 출신 선수들이 영화에 많이 나오시는데 그 분들이 운동선수 선배인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영화 촬영 내내 머리도 짧게 하고 돌아다니니 보시는 분들이 간혹 운동선수냐고 물으시더라"라며 웃어보였다.
지난 달 21일 개봉해 상영중인 영화 '퍼펙트게임'의 차현우는 극중 해태 타이거즈의 주전 포수 장채근 역을 맡아 무려 23kg을 찌우고, 맹렬한 야구 연습을 하고, 사투리를 익히는 등 온갖 열정을 쏟아부었다.
"선수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 평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으로서 그 쪽으로 많이 신경을 썼어요. 야구가 소재인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투구하는 모습을 눈 여겨봤어요. 그런 면이 자연스러워야 보는 입장으로서 극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습니다. 시사회날 친분있는 야구선수들이 왔는데, 어색하다고 지적할까봐 걱정했죠. 다행히 전혀 그런 말은 없고,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말해줘서 뿌듯했습니다."

그는 10년째 사회인 야구팀에서 에이스 투수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고 즐기다보니 야구에는 남다른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두 달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쉽게 생각했었어요. 다른 사람보다 저는 더 쉽지 않을까 했죠. 하지만 오히려 제 몸에 배어있는 게(습관이) 흉하더라고요. 그것을 고치는 것이 힘들었어요. 코치 님한데 '제 실력 아시면서 이럴거냐'고 농담하기도 했는데, 코치 형이 '니가 젤 흉해'라고 하시다고요. 정말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제 모습을 봤더니 흉했어요. 그 때부터 몸을 바꿨습니다." 반면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양동근을 보면서도 굉장히 놀랐다고 전했다. "선동렬 선수가 투구하는 모습을 보고 양동근을 보니 정말 흡사하더라고요.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라며 감탄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직접 장채근 선수도 만났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장채근 선수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과연 선동렬 선수와 장채근 선수가 어떤 관계였을까. 캐릭터 잡아야할 것 같았죠. 동근이도 수소문했지만 쉽지 않았는데 사촌 매형이 광주 분이신데 친한 분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만남을 주선해 주셔서 뵙게됐죠! 대화는 스마트 폰으로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 에피소드나 선동렬 선수와의 관계, 포수하셨을 때 특이한 버릇 같은 것도 물어봤고요. 목소리가 하이톤이시고 말씀을 굉장히 재미있게 하세요. 영화 상에서 제 목소리 톤이나 연기하는 것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전라도 사투리는 아예 못햇었는데, 장채근 선수가 '아따'를 많이 붙이시더라고요. '이걸 써야겠다' 싶었죠. 녹음한 걸로 연습을 했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습니다."
104kg까지 몸을 불리기도 한 그다. 말이 '살찌우기'이지, 쉽지 않은 고통인 것이 사실. "왜 그간 아무도 저한테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는지 깨닫게 됐습니다"라며 밝게 웃어보인다. "차태현 형이 (영화 속) 사우나 신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더라고요. 차태현 형을 한 동안 못봤었는데 영화 보시고 나서 '이제 너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구나, 난 너의 배를 보고 깜짝 놀랐어, 화이팅이다'란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하하.
다시 돌아와 그간 찌웠던 모든 살을 빼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음식 조절에 국토대장정까지 다녀와서 10kg 정도 더 빠졌다. 목표 체중은 70대 후반이라며 그래도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비포-애프터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아직 아니에요."
차현우라면 빠질 수 없는 형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는 중견 배우 김용건, 형은 연기파 배우 하정우다. 영화를 보고 아버님이나 형이 '연기 잘 했다'라고 칭찬해 주시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차현우는 "우리 부자의 관계는 애정은 있는데 그런 걸로 잘 표현은 안 한다"라고 대답했다.

"아버님, 형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나도 잘해야하는데, 라는 부담을 물론 가졌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부담을 너무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산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자꾸 생각하면 오히려 자신감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죠. 그 분들은 그 분들이고 저는 저고, 신기하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아예 신경을 안 쓰게 됐어요. 산을 넘을 필요는 없죠. 그 옆에 산을 더 하나 올리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세 부자가 같이 하면 아름답겠다란 생각을 했죠."
스크린에서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좋았다기 보다는 '퍼펙트게임'을 하면서 얻은 게 많다"라고 말했다.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이번 작품을 위해 좋은 사람들, 친구들을 많이 얻었다고.
"날라리 크리스찬이었는데, 그걸 양동근과 조승우가 잡아줬죠. 촬영장에서 가정 예배도 본 적이 있어요. 내가 흔들릴 때 누군가를 믿고 잠시 잊었던 것을 다시 확립시켜주니 일상 생활에서도 너무 기운이 나고 자신감이 생기더라요. 제 연기 인생에서도 '퍼펙트게임'이 분명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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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