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왜 '한국영화 목 조른다' 의혹을 살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1.02 12: 23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잘 만든 한국영화 한 편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승우-양동근의 투톱에 손병호 마동석 조진웅 이도경 등 명품 배우들이 가득한 감동 드라마 '퍼펙트 게임' 이야기다. 과연 누가 사나이로 자처하는 이들을 울렸을까.
한국야구 마운드의 양대산맥 최동원과 선동렬의 한판 승부를 그린 '퍼펙트 게임'은 야구영화면서도 야구팬 아닌 관객도 재밌게 볼수 있는 영화다. 오랫만에 스토리와 연기가 제대로 잘 어우러진 맛깔나는 작품 하나가 지난 연말 관객에 선보였다.
주연에는 충무로의 흥행보증 0순위 조승우에 개성만점 연기파 양동근이 가세했다. 이 정도면 한국영화 캐스팅으로는 더할나위없다. 조 단역도 훌륭하다. 시사회 후 '퍼펙트 게임'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그런데 개봉 첫 주 흥행은 별로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임파서블 4' 독주 속에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와 함께 경쟁에 들어선 탓이었다. 그래도 입소문이 계속 돌면서 관객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제작사는 2주차 대역전극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는 거기까지.
제작사와 출연진의 입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 CGV가 같은 CJ그룹 소속인 '미션 임파서블4'-'마이웨이'를 미느라 '퍼펙트 게임'에 상영관을 거의 주지않는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급기야 공동 제작사 대표 한 명은 자기가 직접 CGV 각 상영관들과 예매 사이트들을 돌며 퐁당퐁당 교차상영 등의 안타까운 사실을 확인해 언론과 인터뷰까지 했다.
이에대해 CGV 측에서는 '퍼펙트 게임'의 예매율이 낮다는 반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대 자본의 한국영화 독점 과정을 지켜보는 일부 영화인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호환 마마 보다 더 무서운 게 재벌의 독점에 따른 피해"라며 땅을 치고 있다. 심지어 '마이웨이' 측마저 '미션 임파서블4'와 1주일 차로 개봉시기를 잡은 처사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영화계 수군거림은 아이러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충무로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조승우가 주연을 했고 '영화가 잘 나왔다'며 입소문까지 도는 수작이 개봉 첫주부터 퐁당퐁당이다. 돈도 많이 들어간 대작이 이럴진데 웬만한 중소영화들은 독점기업 손 안에서 놀고 있지 않겠느냐"며 분개했다.
지금 극장가 흥행순위는 CJ 배급의 외화 '미션 임파서블 4'가 한달 가까이 독주하는 가운데 역시 CJ 배급의 '마이웨이'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스코어로 아둥바둥 3위를 지키고 있다. 그래도 '마이웨이'는 '퍼펙트 게임'보다 많은 상영관 수를 유지하는 중이다. CJ 입장에서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연말연시 한집안 두식구의 줄서기 경쟁 아닐까 싶다. 톰 크루즈가 벌어다주건, 장동건이 벌어다주건 곳간에 쌓이는 돈은 한국은행권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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