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간은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젊은 국내 선발 투수를 키우고 싶네요”.
국내 프로 스포츠 성적에서 결과론적으로 가장 자유로울 수 없는 직책이 바로 감독직이다. 팀의 장기적 플랜을 세웠다고 해도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가장 먼저 칼 아래 목이 떨어지는 이는 감독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초보 감독은 “앞으로 10년 간 흔들림 없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의 이야기다.
지난 2일 잠실구장을 찾아 구단 시무식에 참석한 김 감독은 비시즌 남은 과제 중 하나인 외국인 투수 부분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갖춘 마무리 요원을 원한다”라고 밝혔다. 2010년 14승 전력을 지닌 켈빈 히메네스(라쿠텐)의 올 시즌 복귀가 좌절된 이후 스카우트팀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는 투수는 물론 일본 리그 경력자도 아울러 살피며 외국인 투수 인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마무리로 뛰었던 페르난도 니에베의 경우는 팀 적응력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력 면으로도 ‘구위 만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라는 것을 보여줬지요.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함께 수비하는 야수진을 편하게 해주는 투수를 찾고 있습니다. 최대한 신중하게 고르려 합니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힘이 좋은 노경은이 마무리감”이라고 밝혔으나 “아직은 마인드 컨트롤 면에서 더 배워야 한다”라고 답한 김 감독. 김 감독은 1~2년 정도는 외국인 투수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인 투수 2명 슬롯을 선발 보직에 채우기보다 가능성 있는 국내 선발 투수 유망주를 키우고 싶습니다”. 이용찬, 임태훈, 서동환, 홍상삼 등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로서 기회를 주고 훗날 팀을 이끌 만한 주축 선발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뎁스가 타 팀에 비해 두꺼운 야수진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똑같은 시각을 갖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현재 두산은 최주환, 최재훈, 허경민 등 2군을 평정한 군 전역 선수들이 합류하며 야수진도 더욱 두꺼워졌다.
“현재 주전인 선수들도 결국은 나이 먹게 마련이에요.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를 위해 백업 선수들에게도 책임 의식을 부여하고자 합니다. 1~2군을 오가는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시 2군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송재박 2군 감독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만 그 생각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2군은 1군이 위급한 순간 좋은 대체 요원을 수혈하기 위해 필요한 집단이니까요”.
뒤이어 김 감독은 “10년이 지나도 흔들림 없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팀을 만들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의 임기는 3년. 성적이 저조할 경우 중도 퇴임할 수도 있는 입장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미래에도 강호로 자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젊은 선수들이 점차 경험을 쌓고 교체 요원으로 나오더라도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선수들이 되길 바랍니다. 1군 26인 엔트리 모두가 팀의 주전급 선수가 될 수 있는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 본인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야구에 전념할 수 있어야 겠지요. 선수들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최대한 지원하고 싶습니다”.
성공한다면 제대로 된 기틀을 세우는 위대한 도전이 된다. 반면 실패할 경우 그저 ‘이상론’에 그칠 것이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발걸음을 내딛은 김 감독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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