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과 이성민의 귀여운 야합?....주인공이면 악당도 이뻐보이는 불편한 진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1.03 08: 43

[김재동의 변죽딴죽]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
재밌는 영화였다.
브래드 피트는 제 입으로 50~60명을 죽였다 말하고 안젤리나 졸리는 정확히 312명을 죽였다 말한다. 둘 다 죽어마땅한 희대의 살인마가 아닐수 없다.

영화속에서 그들은 연거푸 죽을 고비에 처하고 보는 이들은 그들의 사투를 손에 땀을 쥐어가며 지켜본다. 그들이 살아남길 바라는 심정으로.
개그맨 황현희가 매주 외치는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미국드라마 도 연쇄살인마가 주인공이다. 연쇄살인마를 죽이는 연쇄살인마라 해서 그가 연쇄살인마가 아닌 것은 아니니 연쇄살인마가 맞다. 뜻밖에도 그 드라마를 보면서 덱스터가 죽어마땅하다던가 빨리 죽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는듯하다.
주인공의 혜택이다.
악당이 주인공이라도 시나리오는 그를 중심으로 써진다. 그에게 합당한 이유를 부여하고 원래 싸이코라서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겠으면 그런 가치판단은 지극히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간다. 보는 이들은 시나리오에 동화돼 주인공을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러려니 사소하게 넘어간다.
15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보았던 장면이 이강훈(신하균)과 고재학(이성민)의 밀실회동장면이었다. 이강훈의 천하대복귀 프로젝트와 고재학의 사면초가 탈출 프로젝트가 맞아떨어진 장면.
밀실이고 비열한 웃음이면 충분히 야합이다.
연출도 야합임을 보여주자고 어둑한 조명을 썼고 두사람이 잔을 건네는 사이엔 술병을 놓아 주고받는 손을 가렸다. 야합 뒷거래 음모란 부정적 이미지를 모두 모아놓은 그 장면이 뜻밖에 천진난만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장애로 더 이상 수술할 수 없는 신경외과의가 된 비통함을 고재학은 특유의 오버를 섞어가며 액면가로 드러냈고 이강훈은 “아이구 저런...” 맞장구치며 천연덕스럽게 안타까운 척을 한다. 앞선 장면에서 모니터로 수술을 지켜본 고재학이 이강훈에게 말을 걸려할 때 사정없이 송신을 끊은 이강훈이 말이다.
이 장면을 위해 예비된 행위들이 있다. 이강훈은 회장 사모님에게 은근슬쩍 소문을 흘렸고 병원장은 학교 후배인 그 회장사모 입을 통해 고재학을 불신하게 된다. 고재학은 위축된 처지를 표현하기 위해 자기에게 악을 쓰는 김상철을 상대로 맞대거릴 못하고 “요새 김교수님 이상해지셨다니까...”중얼거리고 만다.
김상철이란 공동의 적을 놓고 이렇게 두사람이 야합해서 음모를 꾸미고 마침내 이강훈이 김상철 앞에 섰을때 오히려 통쾌함을 느끼는 이 불편한 진실.
정작 지난날의 과오에 괴롭힘당하며 이제는 제바른 의사의 길을 가고자하는 김상철의 실패가 통쾌해지는 이 불편한 진실.
위선이든 아니든 사회통념을 지켜가는 김상철보다 위악이든 아니든 사회통념이 거부하는 야합마저 기꺼이 행한 이강훈에게 몰입하게 되는 이 불편한 진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선 살인마마저 이해하고 사랑하는 우리가 현실에선 수없이 많은 편가르기속에 척을 지고 불통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
엉뚱하지만 내 맞수를 내 적수를 내 원수를 드라마속 주인공보듯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극작가, 칼럼니스트]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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