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야구에 어울리는 선수다. 퀵 모션도 빠르고 주자 견제능력도 갖췄다".
롯데는 2일 새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33)과 총액 3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미국 루이지애나 출신의 유먼은 메이저리그 출신 좌완 선발 요원으로 롯데는 "뛰어난 신체조건(195㎝,100㎏)에서 뿜어 나오는 빠른 직구와 안정적인 제구력을 자랑하며 특히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부터 2년 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뛴 유먼의 통산 메이저리그 성적은 21경기(11선발) 79이닝 3승 7패 평균자책점 5.13이다. 이후 독립리그와 대만야구,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었다. 올 시즌 유먼은 윈터리그에서 41이닝 5승 1패 평균자책점 0.88(리그 1위)을 기록 중이다.

▲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통해 본 유먼
윈터리그 성적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만은 없다. 한 예로 지난 2010년 한화에서 뛴 프란시슬리 부에노의 한국무대 성적은 9경기 29⅔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9.10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 43이닝을 던지며 4승 2패를 거둔 가운데 평균자책점 1.90으로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또한 올해까지 KIA에서 뛰었던 아킬리노 로페즈는 36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상대적으로 성적이 처진다. 극심한 투고타저를 보이고 있는 리그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도 유먼의 윈터리그 성적은 눈여겨 볼 만하다. 41이닝으로 표본은 작지만 가장 최근의 성적이기에 참고해 볼 만하다. 일단 WHIP가 1.00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9이닝당 볼넷 허용(BB/9)은 2.4로 안정적인 제구력을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올 시즌 MVP 수상자 윤석민의 BB/9은 2.3이었다. 또한 구위로 윽박질러 삼진을 빼앗아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먼의 9이닝당 탈삼진(K/9)은 6.6으로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의 평균(6.5)과 비슷한 수치였다.
롯데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지난 10월부터 유먼의 투구를 꾸준히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9월부터 외국인선수 교체를 염두에 두고 현지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3명의 후보를 놓고 저울질을 했다"면서 "특히 유먼의 등판은 스카우트가 라이브 피칭을 모두 지켜봤다.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 "유먼, 동양 야구에 어울리는 선수"
오랜 기간 해외 선수 스카우트 업우를 맡아 온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은 유먼에 대해 한 마디로 "동양 야구에 어울리는 선수"로 규정했다. 그는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라면서 "용병들을 보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보통 공은 빠르지만 기복이 심한 경우 많은데 유먼은 제구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힘으로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볼 속도를 조절하는 등 노련하고 요령 있는 피칭에 능하다"고 말했다.
큰 키도 장점이다. "좌완이 190cm가 넘는 키로 위에서 때리는 오바핸드 피칭을 구사해 유리하다"고 평가한 이 부장은 "볼 자체가 직구든 변화구든 존에서 많이 논다. 나름 몰리는 볼 보다는 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코너워크가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위한 주자 견제능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 부장은 "퀵 모션도 빠르고 주자견제도 잘 한다"고 덧붙였다.
구속 역시 나쁘지 않다. 이 부장은 "대만에서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선 평균 145~6km 정도 찍더라. 슬라이더는 백도어로 던진다"고 말했다. 좌완투수의 직구 평균 구속이 145km 정도 나온다면 좌완 중에서는 정상급에 속한다. 또한 백도어 슬라이더는 좌완투수가 우타자를 상대할 때 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뜻한다. 유먼의 대만 시절 동영상을 확인했을 때 우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백도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구사하며 삼진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건은 한국무대 적응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유먼의 투구 동영상을 보고 "두산에서 뛰었던 왈론드와 비슷한 스타일로 보인다"면서 "상체로만 던지는 것이 조금은 걸린다. 투구폼은 공을 숨겼다 나오기에 타자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리그 적응 여부"라고 못 박았다.
아직 유먼의 한국 입성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부장은 "유먼이 지난달 30일 마지막으로 윈터리그 투구를 했다. 우리는 (윈터리그를)그만 뛰었으면 하고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인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연 유먼이 장원준의 공백을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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