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소통의 리더십' 구현한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1.04 07: 13

최근 예능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김응룡(71) 전 삼성 사장은 지도자 시절 카리스마가 넘치는 호랑이 감독이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42, KIA 타이거즈)조차 함께 한 6년 동안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선수들과는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처럼 선수들과의 대화는 코치에게 맡겨두는 '카리스마형' 감독이 대세였다. 감독의 위엄이 중시되고 선수들은 감독과 이야기하려면 면담을 따로 신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감독들의 세대 교체가 줄지어 이뤄지면서 감독들의 성향도 변하고 있다.
전과 다른 감독상을 잘 보여주는 이는 이만수(59) SK 와이번스 감독이다. 이 감독은 김성근 전 SK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부터 파격적인 언행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 감독은 어디서든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고 이를 통해 선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주곤 했다.

김기태(43) LG 트윈스 감독도 이 감독과 같이 '대화형 리더'로 등극할 듯 보인다. 김 감독은 2군 감독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과의 친밀함을 나타내고 있다. 김 감독은 OSEN과 만난 3일 "선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투수 정재복(31)이 감독실에 찾아와 새해 인사를 했다. 김 감독은 유쾌하게 그를 맞으며 "요즘 좋다더라"는 말을 건넸고 정재복도 "좋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마치 야구장에서 보내는 듯한 사인을 주고 받으며 친밀함을 과시한 김 감독과 정재복이었다.
김 감독은 이어 "앞으로 젊은 선수들과도 사소한 이야기라 해도 많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스무 살 안팎의 어린 선수들과 나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나는 지금 컴퓨터 게임이 뭐가 유행인지 그런 건 모른다. 하지만 내가  스무 살 때 겪은 고민 중 그들도 지금 겪고 있는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도 스무 살 시절을 순탄하게만 보내지는 않았다"며 웃은 김 감독은 "그때 내가 어떻게 그 문제들을 해결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코치들과 함께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며 선수들과의 소통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나 허허 웃는 실없는 감독만은 되지 않겠다는 김 감독이었다. 그는 "선수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는 무섭게 혼낼 것이다. 대신 그냥 혼내기 보다는 왜 혼나야 하는지, 그리고 관심과 사랑이 있기 때문에 혼낸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주면서 바로잡겠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무게감 없는 감독은 되지 않겠다. 균형을 맞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선수들이 쉽게 다가오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감독인 나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선수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우리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싶다"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김기태 감독도 현역 선수 때나 LG 2군 감독 때부터 소문난 '호랑이'였다. 그러나 무조건 무섭게 몰아쳐서는 9년째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팀의 무거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김 감독이 '소통의 리더십'으로 LG 선수들을 잘 다독여나갈 수 있을까. 야구계에 또 한 명의 '덕장'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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