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 못난 김명민의 얼굴이 짠하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1.04 10: 58

영화 '페이스메이커'(김달중 감독, 19일 개봉)의 큰 장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다시한 번 김명민이란 배우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작품을 통해 다소 낯설 법한 '페이스메이커'란 존재를 조명했다는 것.
김명민, 고아라, 안성기, 조희봉 주연 영화 페이스메이커'가 3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첫 공개됐다.
베일을 벗은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토너를 주제로 했지만 스포츠 영화보다는 인간드라마 쪽에 춸씬 기울여져 다. 영화는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반쪽 경기를 치르는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김명민)가 자신의 마지막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올림픽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개 후 가장 많이 듣고 있는 평은 김명민이 주만호란 인물 그 자체라는 것. 김명민은 연기로 따지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배우답게 주만호란 인물을 현실감있고 진정성있게 그려냈다.
특히 김명민은 주만호란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입 안에 인공치아를 착용했다. 일절의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에 달릴 때 각박한 심정과 애틋함, 절절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했다"라며 "그 때, 말의 얼굴이 생각이 났는데 병든 말이 뛸 때 애처로운 부분이 입이다. 호흡을 거칠게 하면서 뛰는 심정이 주만호의 심정이 아니었나 했다. 그래서 이 치아 가지고는 안 되겠다 생각해 말의 형상에서 주만호 치아 이미지를 따오게 됐다"고 인공치아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속 마치 양악수술이나 교정하기 전의 사람처럼 입안에 넘칠 듯이 큰 주만호의 치아와 입 모양은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촌스럽게, 혹은 모자라게 보여지게 한다.
"영화에서 비주얼을 포기했다"라고 말한 김명민의 이런 얼굴이 영화 내내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순박하고, 따뜻하고, 맡은 일 열심히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주만호가 이를 훤히 들여내고 웃을 때, 혹은 절망할 때 관객들은 어딘지모르게 마음이 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주만호가 이 시대의 '루저'이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살고,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자기의 꿈을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저당잡혀야 하는, 그래서 외모를 꾸밀 시간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주만호는 하지만 '찌질이'에서 멈추지 않고 꿈을 위해 내달린다. 루저가 세상을 놀라게 만드는 한 편의 동화. 유난히 큼직한 이가 돋보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행복하지만 짠하다. 정확히 말하면 못난 김명민의 얼굴이 아닌 아닌 이런 주만호의 얼굴이 머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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