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디서 봤는데 누구지? 아..아! 그 배우!'
배우 박영서다. 최근 '써니', '고지전', '헤드' 등을 통해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은 그는 거슬러 올라가면 '해결사', '죽이러 갑니다', '이웃집 좀비', '김씨 표류기', '강철중:공공의 적1-1', '천하무적 마돈다', '가루지기' 등 여러 편의 작품들이 있다.
2004년 SBS 드라마 '토지'를 통해 연기자로 본격 데뷔한 그의 작품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까지 다 합치면 25개가 넘는다. 적지 않은 화려한 필모그래피다.

작품은 역할도, 나이대도 다양하다. 오는 2월 첫 방송 예정인 TV조선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에서는 무려 띠동갑 나이차이의 배우 유승호와 또래 친구를 연기한다.
"12살 어린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드라마에 들어가게 됐어요. 친구 상대역 배우들이 다 어려요. 띠동갑도 있죠. 저도 제의를 받았을 때 놀랐어요. 동안이라 캐스팅된 거 아니냐고요? 오히려 극중에서는 그래서 노안으로 나옵니다. 하하."
지난 2011년에만 '고지전', '써니', '헤드' 등 영화 세 작품을 선보였다. '써니'에서 그가 분한 나미 오빠처럼 그는 실제로 3대독자이고, '고지전'에서는 유일하게 맞아죽는 인물이었다며 웃어보인다. 자신을 대중이 많이 기억하는 작품으로는 '강철중', '김씨표류기', '천하장사 마돈나'를 꼽았다.
"어디서 봤는데 본 것은 같은데 '누구지?'란 반응이 많아요. '과거 중학교 동창이었나?', 'PC방에서 봤나?' 이런 느낌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는 건 물론 좋은 일이겠죠. 그래도 한편으로는 캐릭터가 아닌 실제 제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인 것 같다라는 말을 듣는 것도 좋습니다. 솔직히 앞으로 계속 그러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다양한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다. "그간 배달 역이 유독 많았고, 죽는 것도 많이 했어요. 칼에 찔려 죽고, 깔려 죽고, 교통사고 당하고, 하하. 기회가 많이 왔죠. 이번에는 정경 역할(영화 '구국의 강철대오')을 맡게 됐어요."

이해준, 강형철 감독은 작업을 한 후 다시 한 번 그를 찾았다. 감독들이 또 한번 러브콜을 보낸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특이한 얼굴 생김새가 아닐까요?"라고 겸손한 대답을 들려준다. 유난히 여배우 못지 않게 작은 얼굴이 돋보인다고 하자 "그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네요"라며 웃어보인다.
전국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말을 다 써봤죠. 연기할 때는 본격 촬영이 들어가기 전부터 캐릭터에 맞춰 평상시에도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사투리는 사실 뉘앙스는 다 비슷한데 목소리나 특유의 억양만 잘 조절하면 되는 것 같아요. 감정 뉘앙스는 다 비슷해요. 잘 한다고요? 음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토지'에서 김지영 선배님께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전국 팔도 사투리를 다 하시는 김지영 선생님은 지방에 가시면 일부러 그 지역 시장을 다 가세요. 녹음기를 들고 몇 박 몇일 녹음을 하시고, 계속 들어보고 써 보시는 거죠. 그런 것을 보고 선생님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전주예고-서울예술대학 출신인 그는 원래 가수를 꿈꿨다. 실제로 댄스그룹 '슛'으로 데뷔까지 했던 그다.
"고등학교 때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게 가장 빠른 길인 줄 알았어요.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아 접게 됐지만 당시 저를 훈육한 매니저 덕에 지금까지 버틴 게 아닌가 싶어요. 항상 실력으로 나가야 한다, 바닥부터 밟으면서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하셨거든요. 사회에서 만난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어요. 영화 '미스터 아이돌'을 보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제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연기자로서의 시작은 SBS 공채 시험의 거의 마지막 관문까지 간 것이다. 아쉽게 문턱에서 떨어졌지만 그를 눈여겨 본 국장 덕에 대하드라마 '토지'를 하게 됐다.

"제가 사실 운이 좋아요. 예전에 영화 부흥기 때 조연배우들을 한참 여기저기서 찾는데 그 때는 그래서 신인들한테도 기회가 많이 주어졌어요. 저도 당시 좋은 작품을 많이 하게 됐죠. 조연배우에서 주연으로 성장하시는 분들 보면 차근차근 올려가시는 선배들이 많은데 그에 비해 전 사실 운이 좋아 빨리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정말 많았죠."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천하장사 마돈나'를 꼽았다. 무려 1000 :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섬세한 이해영 감독을 사로잡은 비결에 대해 묻자 "남들에 비해 껄렁껄렁 건들건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일부러 연기 톤을 다르게 잡아갔아요. 일반 친구가 아니라 왕따라는 생각을 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성공의 요인이 아니었다 합니다."
양조위, 이범수처럼 내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눈빛으로 녹여낼 수 있는 수 있는 '눈빛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올해도 쉼없이 달릴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영화 '코리아', '구국의 강철대오' 등을 선보인다. 또 꿈을 가진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 '코알라'에 주연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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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