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코미디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데 이어 시사 토크쇼가 방송사의 시청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실적은 좋다. 치열한 월요일 심야 토크쇼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머물러있던 SBS ‘힐링캠프’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출연으로 시청률 폭등이라는 ‘재미’를 본 데 이어, B급 유머로 중무장한 tvN ‘화성인 바이러스’도 ‘고소집착남’ 강용석 의원의 자진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바닥을 친 시청률에 고심하던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가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처음 찾은 사람은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었는데, 이같은 변화의 시작만으로도 ‘주병진 토크콘서트’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오랜 기간 시청률 부진을 해결할 기획을 찾아온 ‘주병진 토크콘서트’가 오는 5일 방송부터 시사성을 대폭 강화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시사가 통할 것이라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고소-피소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동반 출연 여부를 타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세상에 않은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시크릿',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을 만나보는 '핫피플', 일반인을 직접 찾아가는 '붉은 소파' 등의 코너를 신설했다. 직간접적으로 정치 얘기가 등장할 ‘공간’이 많아진 셈.
정치인 입장에서도 시사 토크쇼의 등장은 절호의 기회다. 박근혜 위원장은 ‘차갑다’는 선입견을 없애고자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고 댄스곡까지 부르며 인간미를 발산하는데 주력했고, 강의원은 최효종 고소 사건 등에 쏟아지던 정치적인 해석을 제치고 ‘원래 이런 사람’이라며 강력한 웃음까지 선사하며 재미있게 자신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 ‘팬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데에는 방송 출연이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방송이 끝난 후 블로그, SNS 등에는 ‘원래 좋아했는데, 방송을 보고 더 좋아졌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등의 반응이 눈에 띈다. 이미 해당 정치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끼리 공유할 이야기꺼리를 제공, ‘팬덤’을 더 강화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중립, 혹은 반대 입장에 있던 시청자들의 반응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지만, 앞으로 정치인들의 방송 나들이는 계속될 예정이다. 사회적으로 ‘소통’이 화두가 된 데에다, 정치인이야말로 ‘인지도’ 확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 강의원은 방송이 끝난 후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보름주기로 대중에 얼굴 비쳐.. 내가 ‘화성인 바이러스’ 나오는 거나, 안철수 얼굴 비치기나 이유는 마찬가지”라며 어찌됐든 정치인에게 ‘방송’이 중요함을 인정하기도 했다.
일반 시청자들도 일단은 우호적이다. 뉴스에서만 보던 ‘딱딱한’ 인물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신선하기 때문. 더구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패러디 등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는 등 정치인들의 인지도가 젊은 세대에서도 매우 높고, ‘코미디 대상감은 국회위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사토크쇼가 ‘예능’에만 머물러있다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정치인으로서의 능력 및 소양은 별개이기 때문. 이를 우려하듯 ‘힐링캠프’도 박근혜 위원장에게 안철수 열풍, 정치 불신 문제 등을 질문하며 면피의 여지를 남겼고, 다음주 방송에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출연시키며 형평성도 고려했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후 ‘인간미만 부각시키고, 두루뭉술한 대답에 만족했다’는 혹평도 없지 않았다. 연예인과 정치인을 ‘다루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것.
이같은 평가들을 의식하듯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날카로움을 전면에 홍보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주병진은 이준석 위원에게 “이제 겨우 10일 된 비대위원이 마치 삼선의원처럼 두루뭉술 넘어가는 화법부터 배운 것 같다” 등의 말을 건네는 등 ‘치켜세워주기’로 일관하는 방송이 아니었다고 예고됐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아졌다.
KBS ‘개그콘서트’가 정치 풍자 코미디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자, 타 방송국에서도 우후죽순 풍자 코미디를 내세우고 있는 중. 방송사들이 재빠른 ‘벤치마킹’에 능하다는 점에 미뤄볼 때, 새로 나타난 시사 토크쇼의 자리매김 여부가 2012년 방송가의 트렌드를 크게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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