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으로 지는 걸 싫어한다".
부산 KT 주장 가드 조동현(36·188cm)은 쌍둥이 선수로 잘 알려져있다. 그의 쌍둥이형 조상현(오리온스)은 최근 역대 4번째 3점슛 1000호를 돌파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SK와 홈경기를 앞두고 조동현은 "요즘 상현이가 잘 하더라"는 이충희 KBS 해설위원의 말에 자극받은듯 올 시즌 개인 최다 20점을 퍼부었다.
▲ "형이 잘하면 나도 좋다"

이날 3점슛만 4개나 적중시킨 조동현은 "경기 전 이충희 위원님 말씀을 듣고 본능적으로 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있는 만큼 형한테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지는 걸 싫어한다"며 먼저 형의 이야기를 꺼내며 웃어보였다.
조동현은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지만 늘 조상현에게 가려있었다. 조상현은 폭발적인 외곽슛과 묵직한 돌파를 갖춘 공격수였고, 조동현은 공격보다 수비와 궂은 일 그리고 허슬에 비중을 둔 선수였다. 화려함을 쫓는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형에게 향했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조상현이 전체 1순위였고, 조동현은 8순위로 1라운드 막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음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한 조동현이 뒤늦게 빛을 발하는 사이 조상현은 화려한 꽃을 피운 만큼 부상의 덫이 찾아오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렇게 쌍둥이 형제의 희비는 다시 한 번 엇갈렸다.
그러나 조상현은 특유의 외곽슛 감각을 찾으며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오리온스의 무게를 잡아주고 있다. 조동현은 "형이 잘하니까 좋다. 시즌 초반보다 많이 좋아졌고, 얼굴도 밝아 보인다"며 "이제 서로 라이벌이라기보다 어떻게 마무리를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그들은 서장훈-추승균-신기성-표명일-문태종에 프로농구 전체 서열 6번째 고령이 됐다. 1976년생 용띠 동기도 김성철·강혁·황성인만이 남아있다.
▲ "어릴 때보다 농구가 재미있다"

조동현은 "어린 시절보다 지금이 더 농구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가 농구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된 건 전창진 감독이 부임한 뒤부터다. 전 감독은 슈팅 가드들의 2대2 플레이를 주된 공격 패턴으로 삼았고, 조성민과 조동현이 각광 받는 농구를 펼칠 수 있었다. "전 감독님께 많이 혼도 나지만 늘 배운다는 자세로 한다. 내가 배워야만 나중에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조동현의 말이다.
김승기·손규완 두 코치의 조언도 큰 힘이다. 그는 "손규완 코치님은 슈터 출신이셔서 그런지 연습 때도 성의없이 던지는 슛은 그냥 못 본다. 슛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김승기 코치님도 찬스가 나면 과감하게 슛을 쏠 것을 주문한다. 나이에 맞는 플레이를 하도록 교훈을 준다"고 고마워했다.
물론 가장 큰 건 마음가짐이다. 조동현은 "나는 오랫동안 농구하고 싶다. 감독님께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나이가 아니라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임하느냐가 기준이다'고 말씀하셨다"며 "후배들에서 뒤지지 않는 경쟁력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백업이든 위치를 안 가리고 항상 먼저 솔선수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범이 되고, 경쟁력도 있는 주장. 조동현이 있기에 KT의 비상도 멈추지 않는다. 조동현은 "마지막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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