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이병규(38)가 2012시즌 LG 트윈스 주장으로 선임됐다.
이병규는 5일 오전 10시부터 잠실야구장 내 식당에서 열린 주장 투표에서 이진영의 예상 밖 선전을 뿌리치고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LG는 지난 2010시즌부터 2년 동안 박용택(33)이 주장 완장을 찼다. 박용택은 두 시즌 동안 성실히 자신의 임무를 맡으며 선수단을 위해 희생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선수단과 충분한 소통으로 마음으로 함께 했다. 선수단을 성실히 이끈 만큼 올해는 새로운 인물에게 주장을 맡기자는 의견이 나왔다.

일단 선거 방식이 매우 파격적이다. 새롭게 취임한 김기태(43) 감독은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가 투표를 하는 참여선거를 통해 주장을 선출할 것을 제안했고, 선수들과 구단 모두 받아들여 성사됐다.
선거는 오전 9시부터 선수단, 코칭 스태프, 프런트까지 총망라한 145명이 참가해 1인 1표 방식으로 치러졌다. 총 유권자는 145명이었으나 유효표는 142표였으며, 이 가운데 과반수인 72표를 먼저 획득하는 쪽이 주장으로 당선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개표 초반에는 이병규와 이진영이 박빙을 이뤘으나 20표가 넘으면서 이병규가 꾸준히 앞서나가며 주장으로 당선됐다.
주장이 된 이병규는 "아침 일찍부터 투표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진영이가 생각보다 많은 표를 받았다"고 말해 선수단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병규는 "LG 트윈스를 놓고 모래알, 모래알 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단단한 바위로 만들겠다"라고 말하며 선수단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병규는 지난 2004년 이순철 감독 시절 주장을 맡은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이병규는 투표가 아닌 이순철 감독의 지명에 의해 결정된 것이었기에 많이 당황했다.
이병규는 "그때(2004년)는 이순철 감독님이 지명해서 된 거라 창피했다. 형들도 너무 많아서 힘이 없었다. 이번에는 선수들의 투표로 된 거기 때문에 선수들의 믿음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진영이도 중간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진영이 동기 등 중간 애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사실상 이진영을 부주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진영은 부주장격이다. 어린 선수들과도 소통 잘해서 그 친구들의 어려운 부분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뒤 "무엇보다 모래알 모래알 하시는데 선수단 잡음을 없애고 야구에만 전념하게끔 해서 단단한 팀 만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하례식이 끝난 뒤 이병규는 김기태 감독과 악수를 하며 주장으로서 임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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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0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