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된다면 선수로서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국민타자' 이승엽(36, 삼성)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승선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이승엽은 "국내 무대에 복귀한 만큼 기회가 된다면 선수로서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며 "뽑아주신다면 당연히 참가하겠다. 하지만 실력이 되지 않다면 절대 참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획득과 2006년 WBC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승엽은 2007년 10월 왼쪽 엄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뒤 이듬해 3월 대만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예선에 참가해 타율 4할7푼8리(23타수 11안타) 2홈런 12타점 5득점으로 8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견인했다. 특히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일본과의 준결승전,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천금 같은 홈런을 터트리며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2009년 제2회 WBC를 앞두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이승엽이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당시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고 1달간 팀을 비운다는 것도 소속 구단(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신분이다보니 그 부담감은 더욱 컸다. 이제는 국내 무대에 복귀한 만큼 예년과는 달리 마음 편히 국제 대회가 참가할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트리며 합법적인 병역 브로커로 불리던 이승엽은 "대표팀의 매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풋풋한 첫 사랑처럼 설렘 그 자체다. 이승엽은 "내 조국을 위한 충성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부심, 끈끈한 동료애 등 대표팀에 한 번 발탁되면 그 매력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 또한 아시아시리즈 우승 직후 "많은 감독님들이 국가대표 감독직을 부담스러워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지만 나는 기회가 된다면 대표팀 감독을 꼭 한번 맡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제대회 사령탑으로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자동 선임되는 원칙을 마련한 바 있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뒤 WBC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은 "지금껏 소속 구단의 감독님과 함께 대표팀에 발탁된 적은 없다.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성적이 중요하다. 프로는 성적으로 증명하니까. 올 시즌 많은 준비를 해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남기는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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