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진욱 감독의 돋보이는'용병 선택'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1.06 06: 42

외국인선수 도입 15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가 최초의 '전원 투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선수 제도 초창기는 주로 공격력을 배가시킬 타자를 많이 기용했었다. 그 시대에 타이론 우즈(전 두산), 펠릭스 호세(전 롯데),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등이 한국 무대를 평정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외국인선수 기용의 유행도 함께 바뀌었고, 최근 몇 년간은 카림 가르시아(전 롯데, 한화), 클리프 브룸바(전 넥센), 덕 클락(전 한화, 넥센) 정도가 제 몫을 했다.
이제 다가올 시즌은 그마저도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 16인의 외국인선수 투수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시즌 야심차게 라이언 가코를 기용했던 삼성은 이미 시즌 막판부터 외국인투수 2명 체제를 굳혔고 '가르시아 효과'를 톡톡히 봤던 한화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마운드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 또한 20홈런을 책임졌던 넥센 코리 알드리지 역시 한국을 떠나고 그 자리를 좌완 반 헤켄이 채웠다. 아직 외국인선수 영입을 마무리짓지 못한 삼성, KIA, 두산, 한화 등은 모두 선발 투수를 영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 처럼 마운드가 높은 팀이 결국 우승을 차지하는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실상 무엇보다 쓸 만한 선수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현재 우리 프로야구는 삼성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토종 5선발을 돌리는 것조차 힘든 팀이 대다수다. 결국 전력보강 목적과 국내 선수수급 현황이 맞물려 '외국인투수 전성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투수 가운데 선발투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불펜 투수와 계약을 마쳤거나 혹은 계약 예정인 구단은 한화와 두산 둘 뿐이다. 고질적인 뒷문 불안에 시달리던 한화는 지난해 오넬리 페레즈를 마무리로 데려왔으나 실패를 맛보고 데니 바티스타를 영입했다. 바티스타는 150km 중반을 형성하는 빠른 공과 135km에 이르는 고속 커브를 앞세워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결국 재계약에 성공했다.
남은 건 두산이다.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페르난도 니에베로 한 해를 보낸 두산은 페르난도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마무리 용병을 물색하고 있다. 사실 두산은 뒷문이 탄탄한 팀이었다.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KILL라인'은 두산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여기에 마무리 정재훈까지 포함하면 리그 수위권 불펜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지난해 이재우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임태훈이 스캔들로 인해 사실상 전력에서 제외되며 두산의 불펜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창성이 부진하고 이용찬은 선발로 보직을 옮기며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외국인투수를 마무리로 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감독의 더 큰 목적은 '토종 선발 육성'에 있다.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쳐 김 감독은 "마무리 용병을 구하는 이유는 선발진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강조하며 "임태훈, 이용찬, 서동환 선수가 성장해 선발진에 자리를 잡게 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운드 운용 구상을 공개했다.
김 감독의 결정은 '외국인선수 전원 투수시대'이기에 더욱 빛난다. 당장의 성적이 걸려 있음에도 토종 선발 육성을 위해 선발 슬롯을 하나 비워둔다는 건 초보감독에겐 모험과도 같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미래를 바라보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 선발 기회를 줘야 성장이 가능하다. 김 감독은 두산의 체질개선을 위해 초보감독 답지 않게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두산은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사실상 김선우-니퍼트 둘 뿐이다. 이제 나머지 선발 세 자리를 놓고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용찬, 임태훈이 한 자리씩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또한 김승회-서동환-안규영 등 5선발 후보들 역시 김 감독의 결정으로 인해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김 감독의 실험이 두산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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