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용병 30만 불 상한선, 개정 않는 속 사정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1.07 10: 01

속속 새로운 외국인선수 영입이 발표된 지금까지 처음 한국무대를 밟는 선수들의 연봉은 모두 '30만 달러(한화 약 3억4500만 원)'다. 최근 성적, 통산 성적, 주무기는 선수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그들이 한국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받게 될 연봉은 일괄적으로 30만 달러다.
이는 야구규약에 명시되어 있는 제8조 [참가활동보수] 1항에서 기인한다. 여기에는 '외국인선수의 연간 참가활동보수는 미화 30만불(옵션 포함, 복리 후생비 제외)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1999년 처음 생긴 이 규정은 2004년 12월 7일 마지막으로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처음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되었던 1998년과 1999년은 상한선이 12만 달러였다. 당시에는 외국인선수를 트라이아웃(선수 선발 테스트)을 통해 선발했기에 상한선이 높을 필요는 없었다. 이후 제도가 바뀌며 2000년부터 2004년까지 20만 달러로 상한선이 올랐다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30만 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로 8시즌 째 상한선이 바뀌고 있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8년 전 정해진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은 매년 인상을 거듭해 지난해 41만4000 달러(약 4억7600만 원)에서 올해는 48만 달러(약 5억5000만 원)으로 오른다.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30만 달러로는 각 구단에서 원하는 수준급 선수를 데려오기 힘들다. 또한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올라가며 값 싼 선수는 그만큼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결국 수준 높은 외국인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유인은 높은 연봉이다. 물론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며 최소 48만 달러의 연봉을 고스란히 받는 선수가 한국에 오지는 않겠지만 거기에 버금가는 기량을 갖춘 선수를 영입하려면 100만 달러는 필요한 게 현실이다. 당연하게도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를 지키는 구단은 거의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현실적인 상한선을 한국 프로야구가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인선수 영입 업무를 맡고 있는 모 구단 관계자는 "선수 영입에는 애로사항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규약이니 어쩔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선수를 끌어오는 게 어렵긴 어렵다. 일단은 메이저리그 최저연봉도 고려해야 하고 여러가지 봤을 때는 규정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당장 개정 필요성이 없어서 안 하고 있다. 오히려 구단에서는 연봉 상한선을 현재 수준으로 지켜 달라는 이야기가 많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그는 "연봉 상한선을 높이면 자연히 선수들의 몸값이 높아진다. 그런 문제 때문에 일부 구단에서는 폐지를 건의하기도 했다. 구단 간 의견이 갈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현재 30만 달러라는 상한선은 외국에서 선수들과 협상할 때 기준 금액이 된다. 그런데 만약 50만 달러로 제한을 높이면 그만큼 연봉을 더 줘야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도 폐지와 개정을 놓고 잠시 논의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당장 현재로서는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 될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혀 당분간은 현재 규정이 유지될 것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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