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 "찬규에게 1번 뺏기 미안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1.06 10: 59

"(임)찬규도 1번 달고 지난해 잘해서 말을 못꺼내겠더라고요".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우규민(27, LG 트윈스)이 등번호 1번을 되찾았다.
우규민은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구단 시무식에 참가한 뒤 오후까지 자율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우규민은 1번 등번호가 새겨진 새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에게 1번의 의미를 묻자 우규민은 "팀의 에이스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는 "1번이라는 번호가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생기니까 좋다"며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항상 빠듯한 상황에 등판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다운 여유였다.
우규민에게 1번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하다. 그는 "지금 SK로 옮겨가신 이승호 선배가 원래 1번이었는데 2005년에 잘 안풀리셨다. 그래서 내가 달고 있던 37번을 가져가시면서 얼떨결에 2006년부터 내가 1번을 달게 됐다"며 처음 1번을 달게 된 때를 회상했다.
우규민은 "그런데 나는 2006년 17세이브를 하면서 잘풀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해에는 30세이브까지 했다. 사실 블론세이브도 많았지만 세이브도 많이 하고 팀에서 인정받게 되면서 1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지난해 1번은 잠시 신인 임찬규(20)의 것이었다. 임찬규도 지난해 1번을 달고 9승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지난해 신인 중 가장 큰 활약을 펼쳤다. 우규민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찬규에게 1번을 뺏는 것 같아 걸렸다"며 후배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우규민은 "찬규도 1번 달고 지난해 잘해서 팀에 등번호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팀과 찬규가 먼저 배려를 해줘서 1번을 달게 돼 고마웠다"고 말했다. 임찬규와는 진주 마무리 훈련 때 룸메이트였다. 우규민은 "고등학교(휘문고) 8년 후배기도 해서 맛있는 거 많이 사주려고는 하는데 아직 멀었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다시 1번을 달고 마운드에 오르지만 보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발과 마무리 사이에서 갈등중인 우규민은 "선발도 그 매력이 있고 또 원래 해오던 것은 마무리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그냥 팀에서 시키시는 대로 열심히 던지겠다"고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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