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시장 침투 '레벨업'..가수는 운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1.06 10: 53

올해도 방송사들의 가요계 침투는 계속된다.
음원차트에서 위력을 확인한 MBC '무한도전'은 '나름 가수다' 음원을 공개하며 새해 가요계 첫 '히트'를 노리고 있으며, KBS '불후의 명곡' 음원들도 곧 발매될 예정이다.
방송사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한해 K-POP 가수들이 길을 닦아놓은 해외 곳곳을 찾아가며, K-POP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잔치'를 벌인다. KBS '뮤직뱅크'는 오는 2월8일 프랑스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남미 등에서 콘서트를 열겠다는 계획. MBC도 유럽 공연 등을 추진 중이다. 방송사가 공연기획사 노릇을 하겠다는 것.

취지는 좋다. '무한도전'은 올 연말 수익금 전액을 MBC나눔을 통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불후의 명곡'은 시청자들의 열띤 요청을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K-POP 콘서트는 한류의 확산에 기여한다고 굳게 믿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가수들은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막강한 시청률과 호감 만점 예능인들의 인기를 등에 업은 방송 음원은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며, 같은 기간에 발매된 새 음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곤 한다.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등 좋은 일을 한다 해도, 가요계로서는 '시장을 어지럽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태. 특히 한 두번의 이벤트성은 몰라도, '무한도전'처럼 몇달에 한번씩 사실상 정기적인 '공습'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K-POP 콘서트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해 SM, 큐브, JYJ 등이 당장의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첫 깃발을 꽂은 유럽, 남미 등지에 올해는 방송사가 가서 티켓을 팔아치울 계획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문화비로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있고, K-POP 공연이 여러 개 열린다면 당연히 가장 많은 가수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방송사 콘서트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 퀄리티의 단독 콘서트가 강력한 라이벌을 만난 셈이다.
더구나 방송사는 음원-공연을 함께 진행하기에 적절한 파트너가 아니기도 하다. 오랜 시간, 일종의 '갑'으로 군림해온 방송사가 가요관계자들과 동등하게 손잡고 일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
음원 관련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가요관계자들은 일종의 압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원하니까 수긍을 하긴 했지만, 사실 수익 내역 등이 어떻게 나뉘고 어떻게 쓰였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자체로 만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K-POP 콘서트에 참여하는 가수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다. 티켓 판매는 사실상 톱그룹들의 참여로 이뤄지는데, 이미 단독콘서트를 할만큼 인지도를 높인 톱그룹들의 '5~10분 공연'이 한류 확산에 무슨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신인그룹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그 기회를 위해 너무 많은 톱그룹들이 제 살을 깎아 먹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세계로 실시간 중계되는 국내 음악방송 프로그램의 '섭외권'을 쥔 방송사가 '가자'고 하다면 군말 없이 따라 나서야 하는 상황. 가요계에서는 지난해부터 K-POP 콘서트 보이콧 움직임이 있어왔으나, 방송사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는 2월 '뮤직뱅크' 파리 공연에 나서는 가수들도 소녀시대, 2PM, 비스트 등 쟁쟁하다.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의 요구라고 강조하면 할 말도 없다. MBC 사업부는 "음원 공개를 두고 의견이 반반이었는데, 어차피 불법 음원이 돌 바에는 공식 발매해서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리는 있다. 시청자들 역시 해당 곡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며, 음원 공개를 반긴다.
K-POP 콘서트도 당장 해외팬들은 한국 가수들을 '무더기'로 볼 수 있으니 반가움을 표하고 있어, 가요관계자들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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