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남다른 개그 욕심 "이래봬도 1박2일 출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1.06 19: 59

뼛속까지 한화맨이 되는 것일까.
한화는 재미있는 팀이다. '야왕' 한대화 감독부터 에이스 류현진과 4번타자 김태균까지 말은 많이 하지 않지만 툭툭 내뱉는 말과 행동이 재미있다. 팀 분위기도 연고지 충청도 특유의 개그 감각이 살아있다. 새롭게 가세하게 된 '코리안특급' 박찬호(39)도 한화 특유의 유머 가득한 팀컬러에 빠르게 녹아들 태세다.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구단 시무식에 참석해 공식 한화맨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 박찬호. 등장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았다. 류현진-이대수-김태균에 이어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내며 주목을 끌었다. 이어 도열한 선수들 옆으로 걸어가자 후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자벗어 인사했다. 최고참에 대한 예우. 하지만 근엄한 모습은 여기까지였다. 행사가 끝난 후 박찬호는 김태균과 류현진의 어깨에 손을 얹는 등 스킨십으로 먼저 다가섰다.

박찬호는 미디어와 인터뷰 및 포토타임에서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포토타임 때에는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며 카메라를 향해 "어느 렌즈를 깨뜨릴까요"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스파이크가 잔디에 걸려 뒤뚱거리며 넘어질 뻔한 모습도 있었다. 김태균과 최진행의 몸 개그가 연상된 순간.
인터뷰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섞어가며 취재진의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내가 명색이 1박2일 출신"이라며 껄껄 웃었다. 박찬호는 지난 2009년 1월 KBS 예능 1박2일에 게스트로 출연해 계룡산 입수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박찬호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 제대로 된 모습이 다 나오지 않았었다"며 은근히 개그 욕심을 나타냈다.
그는 "내가 일부러 웃기려고 하면 사람들이 웃지 않는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실수 때에는 빵 터지더라"며 "한화 선수단의 커뮤니케이션과 분위기를 즐거운 쪽으로 가져가고 싶다. 홍성흔처럼 오버는 못하겠지만 류현진과 김태균을 잘 이용하겠다"며 개그 트리오 결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시무식에서 왼쪽에 김태균, 오른쪽에 류현진을 끼고 다녔다.
이처럼 박찬호가 즐거움을 강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웃을 때 에너지가 좋다. 아마추어 시절 한국에서는 즐겁게 하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목숨 걸고 하는 전쟁 같았다. 결과에 따라 혜택과 처벌이 극과 극이었다. 야구를 하면서 실력이 향상된 것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다"며 "미국에 온 뒤 즐겁게 야구하는 법을 깨달았다. 이기는 것보다 내적인 목표를 잘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빠르게 한화에 녹아들고 있는 박찬호. 과연 한화 특유의 개그 감각도 흡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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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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