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기우였다. 참 의연했다.
지난 6일 한화 구단 시무식과 첫 합동훈련이 치러진 대전구장. 한화 '불펜 에이스' 박정진(36)이 웃었다. 파이팅을 외치며 훈련을 이끌었다. 구단과 연봉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훈련했다. 내심 걱정했던 코칭스태프는 안도했다. 박정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한 '대인'이었다.
박정진은 지난해 데뷔 후 최고 활약을 펼쳤다. 64경기에서 86이닝을 던지며 7승6패7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24. 3이닝 이상 경기만 5차례나 되며 5경기 연속등판도 있었다. 길게 그리고 자주 던졌다. 에이스 류현진이 부상으로 주춤한 지난해 한화 투수 고과 1위는 박정진이었다. 팔이 빠져라 던지고 또 던졌다.

그러나 구단은 고과에 관계 없이 상승폭이 가장 높은 선수들을 일괄적으로 5000만원 인상으로 제한했다. 투수 고과 1위 박정진은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에 차마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500만원에서 최소 1억2500만원을 보장받았지만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다. 박탈감이 클 법도 하지만 박정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협상은 협상이고, 훈련은 훈련이다. 새해 첫 훈련부터 운동장에 나가서 인상 찌푸려서 되겠는가"라며 "첫 훈련부터 밝은 분위기라 기분이 좋았다. (박)찬호형이랑 (김)태균이가 들어와 그런지 든든했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누구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새해 첫 훈련을 기분 좋게 마쳤다.
물론 아직 연봉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박정진은 "내가 어거지를 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월까지 연봉 협상하는 건 처음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나 역시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하루빨리 연봉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 가서 시즌을 준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정진은 "구단과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하고 싶다. 단장님도 좋은 쪽으로 풀어나가자고 하셨다. 구단과 싸우거나 대립하는 관계는 되고 싶지 않다"며 "어린 나이 같으면 좌절도 하고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협상은 협상, 훈련은 훈련이다. 스트레스는 받지만 캠프를 가기 전까지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의 힘을 믿었다.
연봉 협상으로 머리가 아플 법도 하지만 박정진의 마음은 이미 2012년 준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는 "올 시즌을 위해 훈련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팀을 위한 마음이 누구보다도 크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박정진. 그 같은 선수가 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화에게는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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