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있어도 훈련은 거를 수 없다.
지난 6일 한화 구단 시무식이 열린 대전구장. 화제의 중심은 '코리안특급' 박찬호(39)였다. 21년 만에 대전구장을 찾은 박찬호가 한화맨으로 갖는 첫 공식 일정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나머지 선수들이 단체훈련을 할 때 박찬호는 끊임없는 취재 요청으로 본의 아니게 열외 대상이 됐다. 이날 그는 인터뷰와 포토타임에 성심성의껏 임하며 대선수다운 프로 정신을 발휘했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 정신은 바로 그 다음부터였다. 모든 취재를 끝마친 박찬호는 텅빈 그라운드에 나왔다. 이미 나머지 선수들은 박찬호가 취재를 받는 사이 훈련을 끝마친 상태였다. 이튿날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는 빡빡한 일정. 훈련을 거를 만도 했지만 박찬호는 그라운드에서 스트레칭을 시작하고 미들토스까지 소화했다.

박찬호의 열외훈련은 '동기생' 정민철(40) 한화 투수코치가 담당했다. 정 코치가 보는 앞에서 박찬호는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미들토스로 공을 던졌다. 30m 미들토스를 7분간 소화한 뒤 60m 토스를 45개나 뿌렸다. 정 코치는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파일에 하나 하나 메모했다.
정 코치는 "합동 훈련 첫 날은 원래 짧게 한다. 찬호가 다음날 별도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고, 취재에 응하느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냥 돌아가도 되는데 찬호 본인이 공을 던지고 싶어하더라. 억지로 프로그램을 준 게 아니라 찬호 스스로가 자청했다.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몸 상태가 다른 투수들보다 많이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7년, 일본프로야구에서 1년까지 모두 18년을 해외에서 생활했다. 미국과 일본은 합동 훈련 기간이 짧은 대신 미리 몸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시스템이 익숙한 박찬호에게는 지금 이 시기는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시점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투수들보다 페이스가 빠르게 올라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코치가 주목한 박찬호의 의지였다. "어떤 상황에서든 공을 던져야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많은 미디어를 상대하느라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하루쯤 미뤄도 뭐라하지 않을텐데 찬호는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스케쥴을 소화했다. 후배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찬호의 운동에 대한 의지가 어린 선수들에게도 어필될 것이다. 많이 본받기를 바란다"는 게 정 코치의 말이다.
박찬호는 7일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개인 트레이너들과 먼저 몸을 만든다. 그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합류에 앞서 몸을 만들어놓을 것이다. 16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그 이전에 먼저 와서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스케쥴은 무조건 소화하는 강철 같은 의지. 어린 투수들이 많은 한화에게 박찬호는 피와 살이 될 살아있는 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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