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사양하겠습니다. 이제는 잘 해야지요”.
한창 기량이 성장하던 시기 발등부터 무릎 근처까지 복합적으로 으스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야구 선수로서의 삶은 둘째 치고 정상적인 삶이 가능할 지도 미궁에 빠졌던 투수. 그러나 9년이 지난 현재 그는 아직 야구를 놓지 않고 있다.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된 후 SK 와이번스에서 새롭게 기회를 얻게 된 우완 박정배(30)가 새 팀에서 1군 주축투수로 발돋움하기 위해 도전한다.
공주고-한양대를 거쳐 지난 2005년 2차 6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던 박정배는 팬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투수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통산 52경기(66⅓이닝)에 나섰으나 2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92가 그의 성적표. 주로 계투 추격조로 나서거나 2군에 있던 시간이 더욱 많았던 데다 기회가 오는 순간 어김없이 부상이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미야자키 마무리훈련까지 다녀왔으나 결국 중도 귀국 방출 조치된 박정배는 구랍 15일 SK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은 뒤 24일 계약을 체결했다. “전력분석원으로 일해보자”라는 두산 측의 제의도 있었으나 그는 아직 더 선수로서 제 가치를 발휘하고 싶어했다.
“11월 22일 2차 드래프트까지 기다려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방출되었을 때요?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거의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김상진 코치님과 연락이 닿으면서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결정했고 이적해 온 (유)재웅이 형도 저에 대해서 좋게 말씀해주신 모양이에요. 어렵게 기회를 잡았으니 팀에 어울리는, 경쟁력 있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1982년생 동기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은 박정배가 SK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포수 정상호는 인천에 새 집을 알아보고 있는 박정배를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노력하는 중이다. 절친한 동갑내기 배터리가 2012시즌 보여줄 좋은 경기력이 기대된다.
“동갑내기 선수들이 많아서 심적으로 안정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상호도 그렇고 박재상, 김강민, 제춘모(1년 유급) 등등. 다들 1군에서 이름을 남겼고 실력도 있는 선수들인데 저만 안 유명하네요.(웃음) 이제는 제가 잘해야지요. 동기생들도 그렇고 다른 동료들과 선후배들도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에요”.
이야기 도중 박정배는 “오는 8월 둘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동갑내기 아내 장희선씨와 함께 딸 가율양을 키우고 있는 박정배는 용의 해에 태어날 둘째가 아버지의 복덩이가 되어주길 바랐다.
“흑룡해인 데다가 마침 또 제가 비룡을 마스코트로 하는 팀에 왔어요. 정말 이제는 잘해야 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방출생으로 다시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박정배에게 목표를 묻자 그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소박했던 박정배의 이야기. 그러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부상을 입고도 기적같이 야구를 놓지 않았던 만큼 그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바랐다.
“캠프 시작 때부터 시즌 끝까지 크게 다치는 일 없이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1군에서 최소 50이닝 이상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점점 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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