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39)가 성대모사를 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말투를 흉내냈다. "그래, 그러면 돼".
박찬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야구 전문가들은 "부상없이 풀타임으로 뛰면 선발 10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낙관한다. 주위의 높은 기대치는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박찬호에게는 자신감이 됐다. 다름 아닌 김성근 감독의 말 한마디가 자신감의 원천으로 작용한 것이다.
박찬호는 "나는 몰랐는데 주위에서 말씀해주셨다. 김성근 감독님께서 '10승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길래 깜짝 놀랐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찬호가 아는 김 감독은 절대 칭찬에 후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찬호는 자신의 10승을 낙관한 김 감독의 칭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박찬호는 "김성근 감독님은 항상 예리하게 보신다. 칭찬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찔러서 발전하도록 하신다"며 "그런 분이 그렇게 이야기해주시니 자신감이 생겼다. 얼마전 전화통화도 했는데 감독님께서 굉장히 밝은 목소리로 '잘할 수 있다', '그래 그러면 돼'라고 용기를 주셨다"고 밝혔다.
김 감독과 박찬호는 특별한 개인적 인연은 없다. 하지만 야구라는 테두리 안에서 스승과 제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박찬호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김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김 감독도 박찬호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뒷다리 축이 무너진 투구폼을 보일 때마다 따끔하게 지적했다.
박찬호는 "김성근 감독님 항상 부족한 점을 지적하셨다. 뒷다리를 세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그런데 이번에 전화 통화에서는 잘 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해주셨다. 덕분에 부족한 에너지와 자신감이 생겼다. 기분도 좋았다. 감독님께 감사했다"며 새출발하게 된 시점에 받은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박찬호는 굳이 10승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10승이든 5승이든 1승이든 다치지 않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꼭 잘해야만 메시지를 주는 건 아니다. 못해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후배들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나도 메이저리그 시절 그렉 매덕스가 부진한 경기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며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했다.
중요한 건 박찬호가 김성근 감독의 칭찬을 등에 업었다는 점이다. 10승을 낙관한 야신의 예언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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