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천의 얼굴' 배우는 그 뿐인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1.08 09: 29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요즘 충무로에서 연기파 본좌로 지목되는 남자 배우들은 누구일까. '의형제' 송강호와 '해운대' 설경구,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이 건재한 가운데 황정민, 김명민, 이범수 40대 기수들이 지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 이중에서 '천의 얼굴'로 불릴만큼 캐릭터 변신에 능한 배우를 꼽는다면? 멜로면 멜로, 코미디면 코미디, 액션이면 액션 어느 장르에서건 달인의 연기를 펼치면서 선과 악을 수시로 오가는 황정민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황정민 속에는 황정민이 여럿이다

40대 한창 나이의 황정민 속에는 수십 명의 서로 다른 황정민이 들어 있다. 언젠가 황정민에게 어쩌면 그렇게 여러 캐릭터들을 실감나게 연기할수 있냐고 묻자 기자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그 속에 다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인생사 누구나 증오 질투 분노 사랑 슬픔 등 온갖 감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데 '배우란 그걸 여기저기서 자주 이것저것 꺼내야 되는 직업일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황정민의 필모그래피는 이 세상 온갖 군상들을 낱장으로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신작 '댄싱퀸'에서 그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변호사에서 서민의 애환을 제대로 살피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황정민' 역할을 맡아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였다. 관객 배꼽 떨어질까 웃기는 능청을 떨다가 어느새 코끝 찡하게 눈물 한 방울 뽑아내는 그의 연기에 '댄싱퀸'은 시사회 후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그 이전에 황정민은? 지금 톱스타인 그도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배고픈 생활을 거친 뒤에 늦깍이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강직한 성격의 밴드 드러머(‘와이키키 브러더스’ 2001)와 바람난 변호사(‘바람난 가족’ 2003)로 풍상을 겪고 나니 어느새 스타가 된 형국이다.
공명심에 불타는 순경(‘마지막 늑대’ 2004)이었다가 더없이 야비한 조직폭력배(‘달콤한 인생’ 2005)으로 인생 항로를 바꾸었고 이순신을 구하는 해군 소령(‘천군’ 2005)으로 뛰어다녔다.
이 생활 저 생활이 지겨워졌을무렵, 시골 소도시로 숨어든 이 남자는 에이즈 걸린 다방 레지를 만나 순애보(‘너는 내 운명’ 2005)를 펼치며 여성 관객들의 눈물을 쪽 뺐다. 그 다음에는 곧바로 걸쭉한 경상도 출신 형사가 돼 엄정화의 마음과 입술을 훔쳤다.(‘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2005)
범인을 잡기위해 물불 안가리는 열혈형사(‘사생결단’ 2006), 뺀질뺀질한 강남 청담동의 클럽 사장(‘행복’ 2007)도 했고 마침내 슈퍼맨(‘슈퍼맨이었던 사나이’ 2008)을 선언했다. 하늘을 날다가 땅으로 돌아온 황정민, 탐정(‘그림자 살인’ 2009) 일로 지루함을 달래다가 눈 먼 검객('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이 돼 풍전등화 조선의 국난을 막으려 칼을 휘둘렀다.
특히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한 경찰('부당거래' 2010)과 사회 정의 실현에 나서는 사회부 기자('모비딕' 2011)에서의 열연은 흥행에 상관없이 지금도 평단과 영화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다작도 그의 강점이다. CF 찍겠다고 이미지 관리하는 일부 톱스타와 황정민은 아예 거리가 멀다. 벌써 40여 편 영화에 출연하며 자기의 연기세계를 넓힐수 있는 역할이면 바로 달려드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늘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황정민을 '천의 얼굴' 배우로 지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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