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이학주'를 통해 본 나경민 트레이드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2.01.08 17: 48

트레이드를 당한 선수들은 어떤 느낌일까.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팀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팀에게 넘겼다고 생각해 섭섭한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가끔은 트레이드가 자신에게 큰 이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 또 다른 도전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미국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 유망주였던 나경민(21, 외야수)이 7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컵스는 나경민을 포함해 앤드류 캐시너를 샌디에이고로 보내고 앤서니 리조와 젝 케이츠를 받아 들였다.
나경민은 트레이드 직후 OSEN과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얼떨떨하고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그랬다. 나도 트레이드도 되는구나 싶었다"라면서 "올해 잘 해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아쉽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결코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현재 유일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추추트레인' 추신수(30,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포함해 '특급 유망주' 이학주(22, 탬파베이 레이스) 모두 트레이드의 상처를 극복하고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추신수는 지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시애틀에는이치로 스즈키라는 일본인 타자가 버티고 있어서 추신수는 기회가 없었다. 이치로는 매년 200안타 이상을 기록하며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다.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는 엄청난 노력 끝에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타율 3할에 '20-20클럽(홈런과 도루 숫자)'를 달성했다. 만약 트레이드가 되지 않고 시애틀에 계속 남았다면 지금의 추신수가 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학주도 마찬가지다. 이학주는 지난 2008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마이너리그 팀 내 유망주 순위 4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0년 12월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됐다. 같은 포지션에 스탈린 카스트로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벽을 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그는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됐다.
이학주 역시 처음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지난해 탬파베이 마이너리그 팜에서 상당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학주는 지난 시즌 고타율을 자랑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당장 올 시즌 탬파베이 유망주 랭킹 2위에 올라 연내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나경민도 마찬가지다. 덕수고를 졸업한 나경민은 지난 2009년 8월 시카고 컵스와 72만 5000달러(약 8억 원)에 계약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나경민은 지난해 루키에서 시즌을 시작해 28경기에서 3할6푼을 친 뒤 로우 싱글A로 올라가 25경기에서 1할7푼1리에 그쳤지만 경기력을 인정받고 곧바로 하이 싱글A로 승격됐다.
하이 싱글A 25경기에 출장한 나경민은 28경기에서 2할5푼8리를 치며 또 다시 컵스 관계자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 시즌 막판에는 더블A까지 승격되면서 한 시즌 동안 4개 리그를 경험했다. 지난 시즌 전체를 놓고 볼 때 83경기에서 2할6푼8리의 타율에 72안타 22타점 41득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하나도 없었으나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4개 리그를 모두 경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경민은 "올해 잘 해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한 뒤 "따지고 보면 컵스는 마이너리그에도 좋은 외야수가 많다. 빡빡하다. 컵스에서 메이저리그 올라 가기 보다는 샌디에이고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샌디에이고에서 날 필요하다니까 데려가지 않았겠냐"면서 "기회를 잘 살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추신수와 이학주 사례를 통해 보듯이 나경민이 트레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아픔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위기를 극복해 낼 경우 샌디에이고에서 더 좋은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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