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고는 하지만 쟁쟁한 선수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자만하거나 방심할 수 없습니다”.
6년 연속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는 동시에 어느새 국가대표급 내야수로 성장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넣었다. 검증된 스타 반열에 확실히 올랐으나 아직 그는 안주할 줄 몰랐다. ‘소년 장사’ 최정(25. SK 와이번스)은 그렇게 2012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최정은 3할1푼 20홈런 75타점 15도루를 올리며 SK 중심타선을 이끄는 동시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팀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공헌도가 컸던 만큼 최정은 데뷔 후 처음으로 3루수 부문 황금장갑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최정은 휴식기에도 문학 구장을 찾으며 몸 만들기와 티배팅으로 감각 유지에 힘썼다.

▲ 안주할 수 없는 GG 3루수
“골든글러브를 처음 받아서 연말에는 얼떨떨했어요. 올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그에 대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큰 시즌입니다. 타 팀 3루수들이 다들 쟁쟁한 선수들인만큼 기대도 되는 2012년이에요”.
수상의 기쁨이 가시지 않았으나 최정의 2011년이 마냥 좋았던 것 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3일 문학 두산전서 최정은 상대 선발 이용찬의 직구에 오른쪽 무릎 뒤쪽을 직격당했다. 당시 팀 성적이 하락하던 순간이라 출장을 강행하던 최정은 결국 타박상이 심해지며 재활군으로 분류, 3주 가량 1군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던 바 있다.
“맞은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허벅지-무릎-종아리가 온통 아팠습니다. 처음 겪는 부상이다보니 많이 어렵기도 했어요. 그 때 몸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했지요. 지금은 몸 상태에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지금은 새 감독으로 취임한 이만수 감독의 감독대행 당시 최정은 거의 붙박이 3번 타자로 출장했다. 상대적으로 타점에 힘을 쏟는 5번 타순 출장이 잦은 편이던 최정은 종합적으로 타격 능력이 가장 출중한 타자가 서는 3번 타자로 차차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올 시즌 최정은 3번 타자로서 찬스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회를 스스로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최정이 3번 타자로서 올린 성적은 2할7푼 7홈런 23타점이다.
“5번 타자로 자주 나서다가 이만수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3번 타순에 고정되었습니다. 절 믿으시는 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적응하는 데도 많은 힘을 기울였어요. 이제는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올려야지요. 아직 올 시즌 성적에 대해 세부적으로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습니다만 너무 크게 부담 갖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동생 최항, 선수단이 좋아하는 선수 되길
최정의 책임감이 더욱 큰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7살 터울의 친동생 최항(18)이 팀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동료이자 후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SK는 지난해 드래프트서 최항을 8라운드(전체 70순위)로 지명했다. 최항의 지명 직후 최정은 “변화구 공략 등 타격 기술은 오히려 그 당시 나보다 낫다”라며 동생의 기를 북돋워준 바 있다.
“뿌듯하기도 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집에서는 형이지만 팀에서는 제가 야구 선배니까요. 솔선수범하면서 동생만이 아니라 다른 후배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니까. 모범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의무를 주는 것 같습니다”.
7살 차이라 꽤 나이차이가 큰 만큼 서로 다투기보다 아끼고 보듬어주는 형-동생 사이라고 볼 수 있다. “단 한 순간도 다퉈본 적이 없다”라고 밝힌 최정은 동생에게 따로 조언해주는 것이 있는지 묻자 이렇게 밝혔다.
“밖에서라면 모를까 야구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동료들이 함께 있는 데 동생이 제게만 의존하면서 질문하고 거기 맞춰서 답해주면 안 되는 일이잖아요. 오히려 제 동생이 저보다 활발하고 자존심도 강한 편입니다. 잘 하겠지요”.
그와 함께 최정은 동생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달변은 아니었으나 동생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최대한 진솔하게 이야기하려는 최정의 모습에서 믿음직한 야구 선배이자 큰 형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인답게 패기있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다치는 일 없이 건강하게 첫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고. 그리고 동료, 선배들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가 좋아하는 선수 최항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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