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율은 끝났다. 자율 속 책임감을 테스트할 시간만 남았다.
LG 트윈스가 10일 오전 잠실 야구장 내 실내 연습장과 보조경기장에서 선수단 전원 체력 테스트를 실시한다. LG 구단 최초 체력장이다.
LG는 지난 겨울 동안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부임한 김기태(43) 신임 감독이 마무리훈련 때부터 선수단에게 자유를 줬다. 마무리 훈련 때에도 고참급에게는 특별 배려로 진주 캠프 대신 백암 온천행을 주선했다. 그리고 1.5군 위주로 진주 마무리 훈련이 차려졌다.

마무리훈련을 마친 뒤에도 12월부터 한달 넘게 자율 훈련을 실시했다. 1년 전 LG는 50여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이 미국 플로리다로 단체 마무리훈련을 떠났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다. 모든 것은 김기태 감독이 선수단 각자에게 자유를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테스트만 남았다.
구단으로서는 처음있는 체력 테스트에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칭 스태프, 프런트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가장 기대하는 이는 김기태 감독이다. 테스트를 하루 앞둔 9일 저녁 OSEN과 전화통화를 한 김 감독은 "10일 체력 테스트를 한다. 선수들이 잘 준비했을 것으로 믿는다. 나도 긴장된다"라며 웃었다.
김 감독에게 이번 체력 테스트는 의미가 있다. 비시즌 동안 선수단에게 자유를 줬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선수들과 첫 번째 소통이었던 만큼 기대감이 높다.
그렇다면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의 체력을 기대하고 있을까.
김 감독은 결코 100점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15일부터 시작하는 사이판(투수 포수조)과 일본 오키나와(야수조) 훈련을 처음부터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자율 속에서 얼마만큼 스스로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었느냐를 묻고 싶다. 그 기준은 몇 점 이상이 아니라 과거 체력 테스트 수준이나 약간 아래 정도 수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 테스트 기준은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가 짰다. 김 코치는 과거 현대 유니콘스 시절 이와 같은 테스트로 선수단 몸을 관리했다. 현대 우승 노하우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용일 코치는 "선수들이 체력 테스트 기준에 대해 계속 물었다. LG는 지난해까지는 타율 훈련을 했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대략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3가지 항목에서 테스트를 한다. 50m 단거리 달리기, 4km 장거리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이렇게 3가지다. 3가지 항목은 나이대별로 기준 시간과 수치를 달리했다. 20세에서 25세까지, 26세에서 30세, 31세에서 35세, 그리고 36세 이후 40세를 넘긴 최동수까지다.
테스트를 앞둔 김용일 코치는 "선수들이 매일 알아서 체크를 했다. 기준 점수를 말하기는 그렇지만 80점은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선수들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시험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도 이번 체력 테스트를 위해서 비활동 기간에도 꾸준히 개인 훈련을 통해 자율적으로 몸을 만들었다. 프로에 갓 입문한 신인 선수들부터 이병규, 최동수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잠실과 구리 웨이트장을 자유롭게 찾아 운동했다.
원하는 사람은 벽에 걸린 칠판에 매일 자신이 한 윗몸 일으키기와 장거리 달리기 시간을 체크했다. 살이 찐 선수는 1월 초 사우나에 가서 하루에 무려 3kg까지 빼는 노력을 기울였다.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과연 LG 선수들은 체력 테스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나도 긴장된다"던 김기태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도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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