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중용 대신 경쟁을 표방했다. 비시즌 동안 스스로 성실하게 훈련하고 책임감을 갖지 않으면 자칫 주전 자리도 날아갈 수 있다. 김진욱 신임감독의 두산 베어스가 2012시즌을 ‘정중동’의 자세로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선수단에 내우외환이 겹치며 고전한 끝에 5위에 그친 두산. 시즌이 끝난 뒤 김진욱 불펜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한 두산은 새로운 선수 영입보다 잡아야 할 선수들을 잔류시키는 데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FA 3인방 김동주(36), 임재철(36), 정재훈(32)을 잔류시킨 두산은 15승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0)와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으나 연봉 협상 면에서도 예년보다 순조로운 페이스를 보여주며 선수들도 속속 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

2006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26홀드(당시 리그 3위)를 올렸던 전력의 스캇 프록터를 새 외국인 투수 후보 중 한 명으로 점찍은 정도를 제외하면 두산의 비시즌은 그리 떠들썩하지 않다. 대신 보이지 않는 내부 경쟁은 치열해질 예정이다.
“제 아무리 김동주라도 3루에 서고 싶다면 윤석민, 이원석과 경쟁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현수도 팀의 3번 타자로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지만 결정적인 순간 평정심을 갖고 찬스에서 교과서적인 배팅을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하더라도 경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들도 있다. 1군 26인 엔트리를 모두 주전급 활약이 가능한 선수들로 채우고 싶다”.
김 감독은 ‘백업’이라는 단어를 웬만해서는 쓰지 않았다. 대신 “1군 엔트리 26명이 모두 주전이 될 수 있는 팀, 2군에 있는 선수가 팀이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도 김 감독은 2군 투수코치 재임 시절 팀이 주목하는 선수들에게 시선을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되도록 두루 살펴보려 노력하던 지도자다.
2010년서부터 두산 선수단 내부에서는 중용되지 못한 선수들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와 함께 한 때 ‘야수층만 따지면 두 팀을 만들어도 될 정도’라는 평을 받았던 두산에서 점차 의욕을 잃은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두산 방출 전력의 정원석과 이대수(이상 한화)가 각각 2010년 3할 2루수가 되고 지난해 골든글러브 유격수가 된 반면 타 팀에서 눈독을 들이던 선수들의 경우 점차 트레이드 매물로서의 가격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경쟁이었다. “주전으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다음 시즌 그 자리를 무혈입성할 것이라 생각지 말라. 반대로 선수로서 자기 브랜드를 확실하게 특화시키는 선수의 경우 1군에서도 분명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온화한 인상의 신임 감독은 중요한 순간 자신도 선수 인선에 있어 냉정해질 수 있다는 복선을 깔아두었다.
물론 ‘1군 26인이 모두 주전급이 될 수 있다’라는 이야기는 현실보다는 이상론에 훨씬 가깝다. 그 이야기에 숨은 의미는 누구 한 명이라도 안일하게 야구해서는 안 된다는 엄포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데다 너무나 원론적으로 보이는 두산의 비시즌을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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