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포청천의 요람' 한국심판학교를 가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1.10 07: 02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겨울 운동장에서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는 이들이 있다.
서울 홍은동 명지전문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심판학교 '제3기 야구심판 양성과정'은 매주 주말 예비 심판들의 우렁찬 콜업 사인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지난해 11월 개강해 8일 기준 8주차를 맞은 가운데 4주 수업인 전문과정은 이미 75명이 수료를 마쳤고 110명의 일반과정 수강자들이 10주 수업 중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협회(KBA),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이하 국생체)와 명지전문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심판학교를 졸업하는 수강자들은 국생체 산하 리그에서 심판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이중 10명은 연습 경기 후 KBA 심판으로 보내진다. 이들중 또 경력이 1년 이상인 심판은 KBO 2군에 진출할 자격이 주어진다.

김광철 한국심판학교장은 "야구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야구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발맞춰 양질의 심판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3년 전 이 학교를 세웠다. 현재 3기까지 520명 정도의 심판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현재 리틀야구연맹, 한국여자야구연맹 등 다양한 아마 단체의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한국심판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루종일 실습이 진행되는 일요일. 8주차에는 '3심제' 포메이션별 실습이 진행됐다. 먼저 기존 심판으로 구성된 교수진이 시범을 보이고 수강생들이 번갈아가며 실습에 참여했다. 프로야구와 달리 심판이 한 명 모자란 상황에서 서로 사인을 맞추고 상황에 따라 위치를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수강생들은 허둥지둥대며 당황했다. 그러나 한두 번의 반복과 교수진의 계속된 가르침에 수강생들이 이내 차분함을 찾고 실습에 열중했다.
학교가 세워진 2010년부터 강사로 참여한 최규순 KBO 심판위원회 팀장은 "오늘이 3심제 실습 첫 날이라 많이 실수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2군만 해도 3심제기 때문에 잘 적응을 해야 한다. 여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4심제는 쉽다"고 말하며 추운 날씨 속에서 온몸으로 이론을 익히고 있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실습뿐 아니라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팀워크와 빠른 판단력을 중시하는 심판을 길러내는 과정인 만큼 수업은 엄격하게 진행됐다. 한 명이라도 실수를 하면 같은 조 수강생들이 모두 벌을 받았다. 그러나 당사자들 모두 "벌을 받아도 무섭거나 힘들지 않다. 모두들 야구가 좋아서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매주 주말을 즐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업은 여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3기 양성과정에는 모두 4명의 여성 수강생이 있다. 이경은 씨와 임보영 씨는 "여자들도 똑같이 수업을 하고 벌을 받는다.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고 선생님들이 워낙 자상하셔서 수업이 매우 재미있다. 다만 야구 자체가 몸에 익은 남자들에 비해 매번 상황을 생각해가면서 판정을 내려야 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처음 등록한 수강자는 모두 110명이지만 현재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은 102명이다. 김 교장은 "출석이 가장 중요하다. 수업 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해 수료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그 다음이 실기와 이론 시험"이라며 꾸준함을 요구했다. 최 팀장은 심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순발력과 판단력, 넓게 볼 수 있는 시야, 그리고 당당한 성격"을 꼽았다.
수강생들 중에는 여수, 순천, 부산 등 지방에서 매주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 각자 야구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이들은 학생부터 교사, 직업 군인, 수의사까지 직업도 나이도 다양하지만 모두 김 교장의 말대로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다. 휴학생 신분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고경호 씨는 "다들 야구를 해왔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출신, 환경에 상관없이 다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심판학교 학생들은 한겨울 내내 흘린 구슬땀 만큼 멋진 심판이 돼 야구 그라운드를 누빌 날을 기대하고 있다. 개교 3년째를 맞은 한국심판학교는 이렇듯 야구 관련 단체들의 노력과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나날이 커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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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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