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좌완 불펜 강영식(31)에게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는 '제구 불안'이었다.
10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강영식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올 한해 목표를 그에게 묻자 "사람들이 나에 대해 평가할 때 제구가 불안하다,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올 한해 목표는 '제구 불안'이라는 딱지를 떼어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영식은 "역시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라는 걸 느꼈다. 단순히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는 게 제구력은 아니다.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지는 것이 진정한 제구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보완하는 데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목표를 물었다. 그러면 흔히 선수들은 '10승, 전경기 출전, 20홈런' 등을 답으로 내놓는다. 그렇지만 강영식을 좀 더 구체화된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목표는 고의사구를 포함해 볼넷 13개 이하를 주는 것이다. 또한 이제까지 가장 좋았던 평균자책점은 2점대 후반이었다. 올해는 평균자책점 2.50 이하를 달성하겠다. 여기에 WHIP(이닝당 출루) 1.00 이하도 함께 달성하고픈 목표"라고 말했다.
왜 하필 볼넷 13개를 목표로 내걸었을까. 이유는 강영식의 최고 전성기였던 2008년 볼넷이 13개였기 때문이다. 당시 강영식은 64경기에 출전, 56⅓이닝 6승 2패 1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88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당시 볼넷은 13개, WHIP는 0.89로 안정적인 활약을 했다. 강영식이 셋업맨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면서 롯데는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목표로 세운 평균자책점 2.50 이하, 볼넷 13개 이하, 0점대 WHIP를 모두 달성하면 홀드왕 등 타이틀은 자연히 따라오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강영식은 "타이틀을 의식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잘하면 타이틀도 따라오고 팀 성적도 같이 올라올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강영식을 표현하는 또 한가지 불명예스런 수식어는 '새가슴'이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해 안타를 맞으면 자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영식은 여기에서도 '탈피'를 선언했다. 그는 "올해는 안타를 맞아도 의연하기로 했다"면서 "내가 잘 던져서 안타를 맞으면 타자에게 '그래, 그냥 너가 잘 쳤다'고 속으로 말한 뒤 잊기로 했다. 따지고보면 선동렬 감독님도 현역 시절 안타를 맞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으며 굳건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생각임을 내비쳤다.
끝으로 정대현-이승호 영입에 대해 강영식에 혹시라도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성적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삼성 중간투수들도 '뒤에 돌부처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더 잘 던지게 된다고 들었다. 이제 나도 그런 기분을 느끼며 마운드에 오를 것이니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같은 3억 원의 연봉에 도장을 찍은 강영식의 변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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