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선배 같은 호타준족이 되고 싶다".
NC 좌타 외야수 나성범(23)은 원래 투수였다. 150km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로 연세대 2학년 시절 뉴욕 양키스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타석에서 방망이를 들었다. NC 김경문 감독의 권유에 따라 투수 대신 야수로 전향한 것이다.
나성범은 "타자로 전향한지 2~3개월 정도 됐다. 걱정하는 건 없다.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쉬운 건 없다. 지난달 제주도 캠프 막판에는 방망이가 맞지 않아 고민했다. 그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집중하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는데 타석에서 좋을 게 없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한 행사장에서 만난 이대호도 나성범에게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고교 시절 투타를 겸하고, 대학에서도 2학년 때까지 방망이를 친 나성범이다. 하지만 2년이라는 공백기가 있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타격폼 또는 기술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무엇이든지 배우고 습득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나성범은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지훈련에 가면 코치님들과 더 많이 상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NC는 오는 18일부터 3월까지 50일 넘게 애리조나 투산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나성범은 이곳에서 '진짜' 타자가 되기 위해 집중 조련을 받는다.
수비는 그래도 타격보다 편하다. 나성범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견수를 봤다. 중고등학교 때도 중견수를 맡아 익숙하다"며 "타구 판단과 같은 섬세한 부부만 보완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견수로서 폭넓은 외야 수비와 강한 송구를 기대할 수 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선수는 많다. 이승엽(삼성)·이대호(오릭스)·추신수(클리블랜드)가 대표적이다. 나성범은 그 중에서도 추신수를 꼽았다. "같은 외야수이고, 공수주 삼박자를 모두 갖추셨다. 포지션이 같아서 그런지 더 배우고 싶다. 추신수 선배와 같은 호타준족이 되고 싶다"는 것이 나성범의 바람이다.
나성범은 기본적으로 빠른 발과 강한 어깨 그리고 수비력을 지녔다. 여기에 정확한 타격과 파워만 더해지면 이른바 '5툴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NC 김경문 감독도 "팀의 3번타자 감으로 생각 중이다. 파워 포텐셜도 있고 발도 빠르다. 우리팀의 붙박이 3번 타자로 키우고 싶다"며 나성범에게 남다른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나성범은 "투수의 꿈이 있었기에 타자 전향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추신수도 시애틀에 투수로 스카우트된 줄 알 정도로 투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호타준족으로 성장했다. 나성범도 "2012년은 타자로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는 해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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