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의 요절‘과 김진욱 감독의 슬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1.11 06: 43

알려지지 않았으나 감독이 실제로 큰 기대를 가졌던. 그만큼 좋은 자질을 지닌 신인이었다. 그러나 한 팀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마냥 슬픔에 젖을 수 없었기에 감독의 표정은 더욱 어두웠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의 2012시즌 공식 첫 일정은 너무도 혹독했다.
두산은 10일 오후 1시 잠실구장에서 선수들이 집결한 가운데 선수단 시무식을 가졌다. 그에 앞서 김승영 구단 사장과 김태룡 단장은 그날 아침 3라운드서 지명된 좌타 외야수 이규환이 신인 소양 교육을 위해 떠난 충남 예산에서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김 감독이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시무식을 마친 직후였다.
청원고-원광대를 거쳐 지난해 8월 드래프트서 두산에 지명된 고인은 대학 4년 통산 70도루를 기록한 동시에 3학년 시절에는 혼자 30도루를 기록하며 1년 선배 윤정우(LG)와 함께 엄청난 주루 능력을 자랑하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는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말았다. 타 구단에 지명된 친구의 방을 찾아 술자리를 가진 뒤 자신의 방을 찾아가려다 결국 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주자가 되고 말았다.

소식을 접하기 전만 해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올 시즌 계획을 찬찬히 이야기하던 김 감독이었다. 그러나 이규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뒤 김 감독은 시종일관 슬픈 표정을 지어야 했다. 내심 기대했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김태룡 단장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안타깝다. 선수 개인의 능력도 아깝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데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팀이 활용할 선수가 없어진 것보다 최근 팀이 갖고 있던 안 좋은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실제로 김 감독은 지난 연말 외야진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신인 스위치타자 신동규와 함께 이규환을 언급하며 “빠른 발을 갖추고 있어 승부처에서 대주자 요원으로 승패를 바꿔놓을 수 있는 재능을 지녔다. 기회가 된다면 저 친구들의 재능도 1군에서 활용해보고 싶다”라고 기대했다. 당장 주전급으로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특화할 만한 장점을 지닌 만큼 그 재능을 첫 시즌 활용해보고자 했던 선수였으나 너무도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며 팀을 떠났다.
그러나 선수단을 통솔하는 지도자 입장에서 허망하게 지휘봉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김 감독은 주장 임재철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갖고 팀을 위해서 뛰어주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김 감독은 그와 함께 “슬픈 소식을 접해 나 또한 경황이 없다. 그러나 규환이가 떠난 것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최대한 빠르게 현실적인 판단으로 팀을 추스르고자 한다”라며 감독으로서 냉정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의 선수들은 단 한 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감독 또한 인간이다. 경기 내적 스트레스는 물론 선수단을 이끌고 자기 시간과 가족과의 시간을 자주 갖지 못하는 데다 개인적인 감상에 빠질 시간도 굉장히 적다는 데 겪는 고충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더욱이 감독으로서 데뷔 시즌을 함께하며 출장 기회를 부여하려 했던 유망주의 급사에 슬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감정과 함께 지휘자로서 냉정함도 찾으려 노력했다. 2012년 김 감독의 첫 공식 일정은 어느 때보다 더욱 무거운 표정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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