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가 2번 맡아줬으면" 야통의 무한신뢰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1.11 10: 47

"현재로선 (박)한이가 맡아줬으면 좋겠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믿음은 확고했다. 공격형 2번 타자로서 박한이(33, 외야수)가 제 격이라고 했다.
지난해 2번 타자로 낙점된 박한이는 121경기에 출장, 타율 2할5푼6리(429타수 110안타) 4홈런 30타점 77득점 8도루로 데뷔 후 가장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001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던 박한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다. "박한이가 해줘야 한다"는 류 감독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에게 2번 타자는 낯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깨가 무거운 중책이었다.
"2번 타선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2번 타순에 들어가면 힘들 것이다. 그동안 1번타자로 많이 뛰었는데 1번에서는 어떻게든 출루만 하면 된다. 하지만 2번은 벤치의 사인을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주자가 있으면 한 베이스라도 더 진루시켜야 하고 주자들도 모아야 한다. 중요할 때는 직접 쳐주는 것도 필요하다. 2번타자라는 자리가 왜 힘들고 중요한지 알게 됐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와 아시아 시리즈까지 제패하며 국내 구단 사상 첫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지만 박한이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컸다.
류 감독은 박한이의 부진에 대해 "순발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꼬집은 뒤 라켓볼 훈련을 권했다. 류 감독은 "30대 초반에 친구를 따라서 라켓볼을 처음 배웠는데 그것 참 제대로 운동이 되더라. 사방에서 튀어오는 공을 원바운드 만에 다시 쳐야 하니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는데 정말 하체 단련에는 최고였다"고 라켓볼 예찬론을 펼친 바 있다.
박한이는 라켓볼과 배트민턴을 통해 순발력 향상 훈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9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박한이는 평소보다 날렵한 모습이었다. 동료 선수들 조차 놀랄 정도였다.
2001년 데뷔 후 11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달성할 만큼 꾸준함이 강점인 박한이. 지난해의 부진을 교훈삼아 올 시즌 화끈한 공격 야구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채울 수 있을까. 
한편 류 감독은 좌타 라인을 전면 배치할 계획을 내비쳤다. 8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이승엽과 최형우를 3, 4번에 배치하기로 결심한 류 감독은 2번 박한이, 5번 채태인을 기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승엽과 최형우가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잘 공략하는 만큼 좌타 라인을 전면 배치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게 류 감독의 생각이다. 'AGAIN 2002'를 향한 첫 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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