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한지 55년이 된 배우 안성기. 그가 오랜만에 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연을 맡아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안성기는 2009년 ‘페어러브’를 제외하고 최근 몇 년 간 대부분 주연을 서포트 하는 역할을 주를 이뤘다.
안성기는 “‘페이스 메이커’도 그렇고 영화의 반 이상을 주로 서포터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부러진 화살’에서는 주도적인 인물이 돼서 나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분들은 반갑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웃었다.

그런 그가 ‘부러진 화살’에서는 부패로 둘러싸인 사법부와 맞서는 인물 김경호 교수로 분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대학 본고사의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후 한순간에 명예도 지위도 모두 잃어버린 김경호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한 재판장과 실랑이 끝에 석궁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 다음은 안성기와의 일문일답.
- ‘부러진 화살’에서 안성기의 연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김경호 교수는 안성기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 대중이 늘 기대했던 대로 나는 좋은 사람, 부드럽고 유머도 좀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사람들이 ‘이번에는 좀 아니네’, ‘못 보던 모습이라 좋았다’고 하더라. 좋은 사람으로만 나오면 만들어진 인물이고 될 수 있으면 진짜 실제 인물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연기와 감성을 재해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했던 감정표현을 삭제하고 건조하면서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모습을 많이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주인공은 늘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아주 객관적인 감정을 가지고 표현을 했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구현됐다.
- 원칙을 고수하는 김경호 교수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다.
▲ 실제로 김명호 교수를 만나지 않았다는 건 알려져 있다. 나는 시나리오에 있는 그대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속에 인물이 원래 김명호 교수라고 하더라. 분명히 타협을 하거나 인정을 하면 감형이 되거나 옥살이를 안했을 수도 있는데 아이러니한 게 법대로만 해달라고 한다. 법에 많이 당했으면서도 법은 아름답다라고 한다. 형을 살아도 올바름에 대해서는 맞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가는 그런 인물, 그러한 면을 그대로 연기했다.
- 정지영 감독과 오랜만에 작업을 했다.
▲ 정 감독님이 ‘하얀전쟁’ 이후로 쭉 영화준비를 했는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서 번번이 영화화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부러진 화살’로 좋은 느낌들을 줘서 임권택 감독님 이후로 가장 나이도 있으면서도 좀 더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기미가 보인다. 현재 상태로는 영화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이 다 영화를 보고 좋은 느낌들을 받고 있어서 앞으로도 정 감독님이 다른 작품들을 잘 할 것 같아서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다.
- ‘부러진 화살’이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 사회성이 짙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영화 속에서 다뤄진 인물들이 현존하고 있어 그러한 의미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배우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이 있다. 나는 그러한 점을 생각하지 않고 정말 시나리오를 보고 좋아서 선택했다. 발을 뺀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정말 실제로 그렇다. 영화 속에서 김교수라는 인물을 보고 분노하고 관객들이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 생각해서 밝혀야겠구나라고 시작한 거나 영화적인 가치가 있어서 시작했거나 결과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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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