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꾼다.
한화 10년차 외야수 이양기(31)에게 2011년은 아주 특별한 해였다. 2003년 입단 후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냈지만 지난해 전문 대타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맞이한 2012년. 그는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어엿한 주전 한 자리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양기는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 풀타임 1군 시즌을 보냈다. 93경기 147타수 41안타 타율 2할7푼9리 17타점. 특히 대타로 나와 48타수 15안타 타율 3할1푼3리 13타점으로 활약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대타 타점을 올린 선수가 바로 이양기였다. 한대화 감독도 결정적일 때마다 한 방을 터뜨린 이양기에 대해 "우리팀 최고의 대타 요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대타를 넘어 주전 도약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양기는 "외야 주전 자리가 비어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겠다. 수비와 장타력을 보완해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차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주전 우익수로 활약한 카림 가르시아가 재계약에 실패한 뒤 한화의 외야 한 자리는 주인이 없어졌다. 한대화 감독은 "모두 다 경쟁해야 한다"며 이양기의 이름도 언급했다.
가장 큰 숙제는 역시 약점으로 지적되는 수비. 이양기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단거리 러닝을 많이 뛰고, 줄넘기를 통해 순발력을 더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어느 정도 수비가 안정돼야 고정된 한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또 하나는 바로 장타력이다. 이양기는 지난해 홈런이 한 개도 없었다. 한대화 감독은 그에게 "무거운 배트를 쓰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부터 이양기는 배트 무게를 800g에서 900g으로 늘렸다. 그는 "아직은 완벽하게 적응하지는 못했다. 캠프 가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확히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야수로서 장타가 없으면 안 된다"며 스스로를 강하게 다그쳤다.
이양기가 이처럼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된 데에는 자극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야수 최고참 강동우다. 지난해 원정 룸메이트로 함께 한 강동우를 보며 이양기 스스로 느낀 게 많았다. 그는 "동우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야간 연습을 꼭 한다. 호텔 방 안에서도 배트를 휘두른다. 선배가 그러는데 내가 누워있을 수 없지 않은가"라며 "동우형 덕분에 많은 걸 보고 배웠다. 타석에서의 노림수도 많이 가르쳐 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올해로 10년차가 되는 이양기. 2011년이 무명 탈출의 해였다면 2012년은 확실한 입지 다지기의 해가 될 것이다. 화려한 풍년을 위해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이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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