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냄새 나잖아".
카리스마는 카리스마로 통하는 법인가. 은퇴 후 일본 요코하마 DeNA에 지도자 연수를 준비 중인 '캡틴' 이숭용(41)이 한 팀에서 뛰고 싶었던 선수로 김기태(43) LG 감독과 역시 은퇴한 김재현(37)을 꼽았다. 김기태 감독은 올해 사령탑 데뷔 시즌을 치를 예정이고 김재현은 2010시즌 후 은퇴, 미국 연수 후 현재는 일본 요미우리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선수 시절 하지 못해 아쉬웠던 것들을 떠올리던 이숭용은 "꼭 한 번은 함께 야구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면서 "김기태 선배와 김재현이 그렇다"고 밝혔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숭용은 "수컷 냄새 나지 않나. 남자"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한 마디로 남자다운 카리스마가 넘치는 선수라고 인정을 한 셈이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로서 18년 동안 프로 세계에서 군림했던 이숭용이었다. 비슷한 야구계의 옴프 파탈적인 매력을 지닌 사나이들에 대한 궁금증인 셈이다.
이숭용은 "김 감독님의 포스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대학(경희대) 1학년 때 인하대와 경기를 했는데 그 때 4학년이던 선배의 시원한 타격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쌍방울 시절에는 어려운 환경에도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이숭용은 "누구도 선배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저 사람은 뭐가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나와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후배 김재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대학 4년 때 고3(신일고)이던 재현이를 봤다. 당시에 고교팀과도 연습경기를 하곤 했는데 재현이 타격이 멋졌다"는 이숭용은 "따르는 사람도 많더라. 후배지만 평가도 좋고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 동기생이지만 내가 1, 2군을 들락거릴 때 20-20을 달성할 만큼 야구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두 사람 다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은 적은 없다"는 이숭용은 "선수로는 함께 하지 못했다.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나중에 인연이 있을지 모르지 않나. 그런 기회가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봤다.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며 "야구도 야구지만 사석에서 술 한 잔 하고 싶은 두 사람"이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카리스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3명이 함께 하는 자리는 어떨지 갑자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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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이숭용-김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