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롯데 자이언츠 투수들은 '선발 진입'이라는 목표 아래 구슬땀을 쏟고 있다. 장원준의 입대로 선발 한 자리가 비었고, 양승호(52) 감독은 "6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발 후보"라는 말로 선수들의 경쟁심에 불을 당겼다.
여기에서 좌완 이명우(30)은 조금 비껴가 있다. 양 감독은 정대현, 김사율, 강영식과 함께 이명우를 불펜으로만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영식에게 좀 더 긴 이닝을 소화하게 하고 이명우를 좌완 원포인트로 이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명우는 2010년 시즌 초반 선발 등판기회를 받았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6경기에서 33⅓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거기에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까지 받으며 전반기에 시즌을 접어야했다.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돌아온 이명우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보직을 바꿨다. 출전 경기수는 37경기였지만 22⅓이닝만 소화했고 3홀드 평균자책점 3.63으로 불펜에서 자기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이명우는 3800만 원에서 18% 인상된 4500만 원에 연봉협상을 마쳤다.

수술 후 제 몫을 다하며 부활해 성공한 한 해였지만 이명우는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10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이명우는 "만약 내가 오른손으로 던지는 투수였다면 진작에 방출되었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말을 시작했다.
이명우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주력할 부분은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난해 이명우의 최고 구속은 130km대 후반이었다. 신체 조건에 비해 파워는 떨어지는 편이지만 주로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구내용을 보여준다. 만약 구속을 끌어 올린다면 좀 더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을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스로도 "우선 구속을 높여야겠다"는 것을 1차 목표로 꼽았다.
또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느낀 이명우는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지만 확실한 무기가 없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이명우는 "투심이 주 무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에는 실전에서 사용 가능할 정도로 체인지업을 연마해 장착할 계획이다. "SK 정우람처럼 좌완 중간계투가 체인지업을 잘 사용하면 타이밍 빼앗기에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우는 올 시즌도 주로 좌완 원포인트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이명우는 "타자 한 명을 막으려고 불펜에서 나는 공을 수십 개 던진다. 그렇게 힘들게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곧바로 안타를 맞거나 하면 바로 내려와야 한다. 그때 가장 힘이 빠진다"면서 "올해는 홀드왕이나 이런 타이틀 보다는 맡은 자리에서 막을 때 막는 투수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이명우가 좌완 원포인트로 제 몫을 다 해준다면 강영식의 활용도는 좀 더 넓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동시에 이승호까지 선발로 기용하더라도 불펜에는 큰 부담이 없다. '약속의 서른 살'을 맞이한 이명우의 어깨가 롯데에 '긍정적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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